[21세기 리더]美스카이방송 지배인 엘리자베스 머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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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머독의 딸이 아니다. " 뉴스 코퍼레이션 루퍼트 머독 회장의 딸 엘리자베스 머독 (31) 이 지난해 8월 '국제 TV 페스티벌' 에서 연설한 후 영국 신문들이 내놓은 평가다.

청바지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그녀는 "TV의 르네상스를 열어가겠다" 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22세이던 90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아온 그녀는 현재 위성방송인 영국 스카이 방송 (BskyB) 의 총지배인으로 프로그램 편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 그녀는 공격적인 경영과 감각적인 편성으로 아버지 못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터넷을 앞세운 컴퓨터가 TV를 대체할 것이란 분석에 대해 그녀는 "TV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외부를 향한 의사소통의 기구이고 이성적인 목적에서 사용되는 반면 TV는 자기 만족을 위한 도구며 감성적 목적에서 이용되는 미디어라는 것. "앞으로 TV 화면에는 모든 채널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치가 생겨나 'TV가이드' 같은 안내 책자가 쓸모 없어질 것" 이라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미디어 업계도 머독의 자녀 (2남2녀) 들 가운데 가장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머독 회장이 장남 라크란 머독을 수석 부회장으로 임명하면서 후계 구도가 가시화됐지만 그룹내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결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종신 집권을 선언한 머독 회장의 사후에는 머독의 지명보다 그룹내 영향력으로 차기 회장의 향방이 가려질 것으로 보여 엘리자베스쪽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그녀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일하는 차세대 부자들' 에 이름이 올려졌고, 파이낸셜 타임스도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백인' 에 그녀를 선정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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