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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탐험가 3代…열기구 첫 세계일주 파카르집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사상 최초로 열기구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한 스위스 정신과 의사 베르트랑 피카르 (41) 집안은 3대에 걸친 하늘과 바닷속 모험가 집안이자 이 분야 세계 신기록의 산실이기도 하다.

물리학자였던 할아버지 오귀스트는 31년 세계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15㎞ 상공의 성층권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자신이 개발한 기압 유지장치 덕분이었다.

기술을 더욱 진보시켜 3년 뒤에는 오귀스트의 쌍둥이 형제인 장 펠릭스가 18㎞ 상공을 열기구로 비행, 기록을 경신했다.

상공을 정복한 오귀스트는 이제 눈을 바다 밑으로 돌린다.

그 결과가 심해저 탐험용 특수 잠수함 트리에스트호다.

오귀스트의 아들 자크 (76) 는 61년 아버지가 만든 트리에스트를 개조한 탐사선에 미 해군중위 돈 월시와 함께 승선한다.

이들의 탐사선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심해저 11㎞ 지점에 도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자크는 아들의 성공 소식을 들은 뒤 "열기구 세계일주는 베르트랑의 아이디어였고 그의 꿈이었다. 모든 것은 그가 준비했으며 나는 단지 조언자였을 뿐" 이라며 대견해했다.

그러나 베르트랑의 비행 성공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기술의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고공에서의 공기 팽창을 고려, 이륙할 때 풍선에 공기를 가득 채우지 않는 방식과 승무원이 타는 기압유지 캡슐은 오귀스트가 개발한 기술. 또 아버지 자크가 바닷속을 탐험할 때 해류를 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트기류를 적절히 이용, 풍선의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베르트랑이 열기구를 타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여가활동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심리학자로서 베르트랑은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장기비행을 통해 폐쇄된 환경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연구하려는 목적도 함께 가졌다.

베르트랑의 성공은 중국의 협조가 없었으면 가능하지 못했다.

중국 영공을 통과하지 않고는 열기구 세계일주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 지난해까지 영공 통과 불허 방침을 고수하던 중국 정부는 2월에서야 비로소 통과를 허용했다.

이 때문에 출발을 2개월여나 늦췄던 베르트랑은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80일간의 세계일주' 를 쓴 뒤 모든 열기구 모험가들의 꿈이었던 세계일주의 성공으로 화답했다.

이훈범 기자

◇ 무착륙…19일 1시간 49분 걸려

[제네바 = 외신종합]사상 최초로 열기구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한 '브라이틀링 오비터 3호' 가 21일 이집트 서부에 무사히 착륙했다고 제네바 지상통제센터가 발표했다.

통제센터는 스위스의 베르트랑 피카르 (41) 와 영국의 브라이언 존스 (51) 를 태운 오비터 3호가 모두 19일 2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이날 오전 6시 (한국시간 21일 오전 9시) 카이로 8백㎞ 남서쪽 다클라 오아시스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또한 열기구 최장시간 비행 세계 신기록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오비터 3호는 20일 오전 9시54분 (한국시간 오후 6시54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서부 서경 9.27도 지점 상공을 통과함으로써 19일1시간49분만에 열기구 무착륙 세계일주 기록을 수립했다.

20층짜리 건물 크기의 오비터 3호는 1일 스위스 알프스의 샤토덱스에서 출발, 높은 고도에 있는 제트기류의 추진력을 주로 이용해 4만2천8백10㎞를 여행한 끝에 기록 수립에 성공했다.

열기구의 주조종사인 정신과 의사 피카르는 "우리를 안내해준 보이지 않는 손에 감사한다" 며 "우리는 혼자 난 것이 아니라 환상적인 팀의 도움으로 비행한 것" 이라고 말했다.

두번의 실패 끝에 세번째 시도에서 세계일주에 성공한 오비터 3호는 당초 카이로 주변의 피라미드 위의 극적 착륙을 목표했으나 강풍 탓에 착륙지점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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