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임진강 날벼락’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6면

어제 새벽 북한에서 댐의 물이 방류되는 바람에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불어나 경기도 연천군 필승교 인근에서 야영하던 민간인 6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나마 긴급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28명의 야영객들이 구조돼 더 큰 화는 면했다. 사고 당일은 물론 최근 큰비가 내린 적이 없었는데 평소 2.4m 정도인 필승교의 수위가 갑자기 두 배인 4.69m까지 치솟은 점으로 미루어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의 수문을 연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방류에 앞서 남측에 어떠한 통보도 하지 않은 것이며, 더 큰 문제는 그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북한의 댐 방류로 경기도 파주·연천 일대에 물난리가 난 것은 지난 2001, 2002, 2005, 2006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중 사전에 수문을 연다고 통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2003년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임진강 홍수 예방을 위한 공동조사와 홍수 예보체계 공동 구축’ 합의가 도출됐으며, 2005년 물난리 이후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고 수문 개방 사전통보를 약속한 적이 있지만 늘 말뿐이었다.

북한은 올여름 비가 주로 황해도 지역에 집중됐었다. 7, 8월 두 달 동안 939㎜가 내려 강수량이 많았던 편이다. 특히 평강지역에 지난달 26, 27일 220㎜가 넘는 비가 내리긴 했다. 하지만 10여 일 뒤에 방류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특히 남한에 방류 사실을 통보하지 못할 만큼 위급했던 건 더욱 아니다. 이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유엔이 1997년 채택한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법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인접한 나라에 불리한 효과를 끼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적기(適期)통고’를 해야 하고(제12조)” “손해가 났을 때는 보상을 위해 피해국과 협의해야 한다(제7조)”고 돼 있다.

사전통보 없는 수문 개방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북한의 무책임성도 그렇지만 번번이 당하면서도 재발 방지 노력을 게을리하는 남한 당국의 무신경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주민 대피를 위해 설치된 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급박한 상황을 처음 인지한 군당국과 관련 기관 간 공조체계가 부실했던 것도 납득이 안 된다. 2010년 군남홍수조절지(저수량 7000만t), 2012년 한탄강댐(2억7000만t)이 완공된다고는 하지만, 북한 지역 임진강 상류 5개 댐의 저수량이 5억t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마음을 놓고 있을 상황만은 아니다. 북한의 의지에 따라 홍수와 갈수 피해를 번갈아 입을 우려가 있는 데다 자칫 북한이 댐을 군사적 의도로 악용한다면 상상키 어려운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일단 화해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얻어내야 한다. 동시에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근원적인 대응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