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메뉴 안 부럽다! 똑똑한 하나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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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는 부일대광어전문점이 있다. 이 곳에서는 2~3kg대 광어만 내놓는다. “광어만 전문으로 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광어를 좋아하는 손님이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는 저녁엔 술 안주로 광어회를 내놓고, 점심 식사로는 광어회덮밥, 광어알초밥, 광어회국수, 광어전을 제공한다. 광어 한 가지 재료에 집중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소주 두 병과 회 두 접시를 2만원에 즐길 수 있다.

단일 메뉴로 무장한 전문 브랜드의 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한 자리에서 채워주기 위해 등장한 부페나 푸드 코트와 반대 방향의 흐름이다. 대표적인 게 육회전문점. 육회지존, 육회달인, 육회한판, 육회전설, 육회천하 등 전문 브랜드만 10개가 넘는다. 갈매기살 전문점도 인기다. 갈매기조나단, 나노갈매기, 닭비골막창, 장비 등의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단일 메뉴 브랜드의 강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쇠고기집을 창업하는 데엔 수억원이 든다. 쇠고기집은 매장 규모가 커야 하고 주차장을 갖춰야 하며, 주방장 등 종업원 인건비가 만만찮게 나간다. 이에 비해 육회전문점은 50㎡ 규모면 창업이 가능하다. 또 단일 메뉴는 조리가 간단해 인건비 절감도 가능하다.

창업컨설팅 업체인 올창이의 성대권 대표는 “불황이 깊어지면서 소비 양상이 단순해지고 있다”며 “특히 외식업의 경우엔 특정 메뉴를 저렴하게 즐기려는 준매니어 수준의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작은가게연구소 심상훈 소장은 “단일 메뉴 브랜드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위험을 줄이면서 기존 레드오션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호 창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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