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홍성란 '낙뢰'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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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상에서 맺지 못한

너와 나 만나서

푸른 깃 부딪치며

서러운 밤 포효할 때

불씨들 기립한 천지

찬미하라

이 절정

- 홍성란 (洪性蘭.41) '낙뢰' 전문

현대시조 혹은 3행시! 국문학으로서의 고시조 양반 가락이 신문학으로서의 새 시조에 이르러서는 시의 산문화에 하나의 율령 (律令) 이 되어 마땅하다.

이 점에서도 시조의 존재이유가 있다.

여기 홍성란의 시조는 어디 하나 허술한 데를 모르고 살뜰하다.

그래서 시에 힘이 박혀있다.

벼락 하나 떨어지는 것을 소재로 삼은 것 자체가 시조를 긴장의 예술로 끌어올렸다.

그런 긴장이지만 여기에는 새로운 세상의 사랑을 염원하는 섬뜩한 절정이 있다.

'이 절정' 이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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