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유, SK에 팔렸다…정유시장 3社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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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쌍용정유가 SK그룹에 넘어간다. 쌍용은 11일 "쌍용양회가 보유한 쌍용정유 지분 (28.41%) 을 합작 파트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와 협의를 거쳐 SK에 매각키로 했다" 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시장은 기존 5사 체제에서 ▶SK㈜ - 쌍용정유 ▶LG칼텍스정유 ▶현대정유 - 한화에너지의 3사 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특히 SK는 시장점유율 36.2%의 SK㈜와 12.6%의 쌍용정유를 합쳐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 (48.8%) 를 확보함으로써 업계 2위인 LG칼텍스정유 (32.3%) 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갖추게 됐다.

양측은 앞으로 제일.조흥 등 주채권은행이 참여한 가운데 매각가격 및 쌍용양회 부채 처리방법 등에 대한 협상을 벌여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과 관련, 쌍용은 쌍용정유 순자산에다 영업권을 얹어 1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환차익 등에 힘입어 2천7백억원의 순이익을 낸 쌍용정유는 아람코사가 최대주주 (35%) 이지만 실질적 경영권은 쌍용양회가 행사해 왔다.

SK 관계자는 "쌍용정유 인수로 포화상태인 정유업계의 과잉투자를 정리하고,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며 "SK㈜나 SK텔레콤이 아람코사의 동의를 받아 쌍용정유를 인수할 것" 이라고 밝혔다.

SK는 쌍용정유를 인수한 뒤 SK㈜로 합병하지 않고 별도법인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쌍용정유 인력을 1백% 승계할 방침이다.

SK는 지난해말 합작가스회사인 SK엔론을 설립한 데 이어 이번에 쌍용정유를 인수함으로써 에너지.화학을 정보통신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으로 육성하게 됐다.

한편 쌍용은 매각자금으로 쌍용양회가 떠안고 있는 쌍용자동차 부채 (8천억원) 를 갚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쌍용은 앞으로 ▶제조 (양회.중공업.건설) ▶금융 (화재.여신금융) ▶무역서비스 (쌍용.정보통신.해운) 의 3대 축을 중심으로 그룹을 운영할 계획이다.

[쌍용정유는]

가정.공업용 연료와 자동차.항공기.선박용 정유제품, 윤활유 등의 생산업체. 76년 한.이석유로 설립돼 80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루 평균 52만5천배럴의 원유 처리능력을 갖고 있으며 자본금 2천8백42억원에 매출액은 5조3천2백억원 (97년 기준) .97년 9백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지난해에는 환차익 등으로 2천7백억원의 이익을 낸 '알짜' 기업이다.

종업원수는 2천4백42명.

고현곤.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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