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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론티어] KBS1 '역사스페셜' 남성우 주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KBS1 '역사스페셜' (토요일 밤8시10분) 을 즐겨 보시는지. 주말 황금시간대 드라마를 포기하고 역사의 풍성한 세계로 빠져든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당신은 교양과 재미라는 TV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역사스페셜' 은 한국사 구석구석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성공적으로 되돌아본 보기 드문 프로이기 때문. 3차원 가상스튜디오의 화려한 영상은 덤으로 주는 선물일 뿐이다. 역사는 항상 현재와 연결됐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그래서 일부 교육현장에선 '역사스페셜' 을 부교재로 사용한다. 감상문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도 있다. 칠판 대신 비디오가 친숙한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역사스페셜' 도 하루 아침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6년여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 프로를 진두지휘하는 남성우 주간 (CP.책임프로듀서) 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93년 봄 시작한 '다큐멘터리 현대사 극장' 에서 시작해 5개에 이르는 역사 프로를 거치면서 시도한 갖은 실험이 오늘에 농익어가고 있는 것. 엄밀히 보면 그다지 긴 기간이 아니지만 시청률을 의식해 대부분 단명하고 마는 한국 방송프로의 운명을 볼 때 가볍게 넘길 대목은 아니다.

"대부분 학교를 떠나면 역사를 잊고 삽니다. 또한 학교교육도 교과서 암기에 그쳐 역사의 활달함을 알려주지 못하지요.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하자는 게 변치않는 소신입니다. TV 영상미를 살려 역사 대중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대비하는 요즘 역사에 대한 재인식은 필수조건이 아닙니까. " 남 주간은 지난 6년 동안 줄곧 역사물에 매달렸다.

신문에서는 서평란을 주시하며 역사관련 신간을 훑었고, 학술면에 소개된 논문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전공학자도 자주 접촉하고. 특히 프로의 형식변화를 다양하게 시도했다.

▶ '다큐멘터리 현대사 극장' 에선 김지하 오적사건, 박종철 고문사건 등 민감한 사안을 드라마로 재연하고 ▶'역사의 라이벌' 에선 이순신과 원균, 장희빈과 인현왕후 등 역사상 대립인물을 가상인터뷰로 만났으며 ▶ '역사추리' 에선 문화부 기자를 MC로 동원해 역사상 주요 사건을 종합뉴스쇼로 꾸몄고 ▶ 'TV조선왕조실록' 에선 과거 인물들을 스튜디오로 불러 가상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소설가 고원정.탤런트 유인촌이 역사프로 진행자로 이름을 날린 것도 이들 프로를 통해서다. 반면 남 주간 자신은 해방공간 등 현대사의 예민한 문제를 조명하다 보수적 잡지로부터 '주사파 PD' 라고 고소당하는 수난을 당하기도. 지금은 정정보도와 반론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일본만 해도 역사프로는 오래 전부터 뿌리를 내렸어요. 정말 열심히 하죠. 대하드라마를 소재로 한 퀴즈프로까지 있습니다.

" 현재 계획은 자료부족.접근제한으로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던 고구려.고려시대의 복원. 향후 이쪽으로 소재폭을 넓혀가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76년 TBC에서 '인간만세' 로 데뷔한 그는 그동안 인물.시사 등 교양다큐물에 전념해왔다.

*** 방송국마다 역사물 편성

TV의 역사물 편성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극 (史劇) 이나 특집다큐 등에 한정됐던 역사물이 정규프로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꾸준히 역사 프로를 제작했던 KBS에 이어 MBC와 SBS도 역사 쪽으로 속속 관심을 돌리고 있다.

20세기를 마감하는 오늘의 입장에서 과거를 정리하고 다가올 21세기를 차분하게 준비하자는 취지를 공통으로 깔고 있다.

MBC의 '한국 100년, 우리는 어떻게 살았나' (금요일 밤11시15분) .일반인들의 생활사를 중심으로 지난 1백년을 다각적으로 되돌아본다. 역사학으로 치면 아날학파 분위기가 물씬하다.

특정 주장.이념 대신 삶의 다양한 자취를 통해 격동과 급변의 지난 한 세기를 회고한다.

화폐의 변천, 시간개념의 변화에 이어 이번 주에는 여성패션의 변화와 의미, 그리고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앞으로도 쌀 (음식).전염병 (의료).깡패 (폭력) 등을 조명할 계획.

SBS의 '밀레니엄 특급' (일요일 저녁7시) 은 오락적 색채가 짙은 역사정보 버라이어티쇼. 동.서양 구분없이 우리들이 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주요 사건을 화제 중심으로 풀어간다. 전쟁과 무기, 미인과 목욕 등등. 방영 3회를 맞는 이번 주에는 전래 의학서 '본초강목' 에 소개된 금주법의 실효성을 실험한다.

윤대중 PD는 "의식주를 축으로 인류문명의 발전을 흥미롭게 꾸며가겠다" 고 말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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