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양수산부는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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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즈음 행정부의 업무처리를 보면 소위 나사빠진 일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초등교사 전배인사 컴퓨터 착오에 이어 해양수산부의 어처구니없는 한.일 어업협상 과정은 한마디로 국민들을 어이가 없게 만들고 있다.

집권 1년을 전기로 아직도 먼 환란극복을 위해선 행정 전반에 '더 조이고 다져도' 모자람이 있는 터에 오히려 이완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일 어업협상에서 쌍끌이 조업의 누락은 그렇지 않아도 일방적 어업협상으로 불만이 큰 어민들에겐 짙은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어선 2척이 그물을 끄는 쌍끌이 선단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EEZ)에서 조업해온 것을 우리측이 빼놓고 협상을 진행한 결과 이 선단이 아예 입어 (入漁)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로써 연간 3백억원의 수입을 하루아침에 잃게 돼 버렸다.

사태가 이렇게 된데는 해양수산부가 우리 어선들의 업종특성 등 현실을 모른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장을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인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0월 일본측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쌍끌이조합이 신고를 안해 10개 업종을 대상으로만 과거 3년간 조업실적을 토대로 협상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초 해당조합이 연간 6천5백t, 약 3백억원 상당의 어획고를 올린다는 보고를 해왔으나 이를 담당부서가 상부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늦더라도 착오가 드러났으면 시정을 해야 당연한 것을 숨기기에 바빴던 셈이다.

정부는 일단 이달 열릴 한.일어업공동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재론, 일본측 양해를 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업종별.어획량 등이 합의된 상태여서 일본측의 수용 가능성은 작다고 하나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해 이를 관철시킬 수밖에 없다. 일본측도 한국이 협상과정의 실책을 인정하는 만큼 양국 우호의 입장에서 전향적 검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실책은 두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재협상과는 별도로 책임소재에 철저한 규명과 처벌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이번 일을 정부나 수산업계가 어업실태 하나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경영과 관리를 벗어나 수산업을 선진화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농업구조개선사업의 부실화 논란이나 이번 쌍끌이 조업 누락이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행정전달체계의 누수와 농수산업 관계자들의 뒤떨어진 경쟁.경영마인드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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