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향 장기수 '특단의 조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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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일 석방되는 미전향 장기수들과 납북 인사들의 교환 문제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은 22일 정부의 특별사면 내용을 발표하면서 장기수 17명의 처리와 관련, "특단의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밝힐 수 없다" 고 말했기 때문이다.

북송 여부를 묻는 질문이 잇따랐으나 朴장관은 이를 적극 부인하지 않고 거듭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 이라고 답했다.

이 방안도 한가지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셈이다.

朴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국민회의와 정부 일각에서 미전향 장기수와 국군포로의 맞교환 방안을 꺼낸 뒤 다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맞교환의 성사 가능성은 우선 특사로 풀려나는 17명 가운데 일부가 북녘행을 희망하고 있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모두 남파 간첩들이었던 이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이번에도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북한행 희망자들은 국내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방부는 국방위 보고를 통해 국군포로와 미전향 장기수의 맞교환 방안을 제시했었다.

미전향 장기수들을 북으로 돌려보낼 경우 인도주의 측면에서 명분이 서고 속수무책이었던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대한민국수호 비상대책회의 (대표 李哲承) 등 우익단체도 "상호주의 원칙에 의거, 미전향 장기수의 석방을 북한에 억류돼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인사 송환을 위한 교환조건으로 북에 제의하라" 고 촉구한 바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국민회의는 이미 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공동대책기구를 범정부적으로 설립,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에 대해 정부 관련 부처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반대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이들은 지난 93년 이인모 (李仁模) 노인을 아무런 조건없이 북으로 보냈으나 실익을 챙기지 못한 채 북한의 선전에 이용당했다는 쓰라린 경험을 떠올린다.

또 미전향 장기수는 실정법 위반자인 반면 국군포로는 국제인권법상 보호받는 신분이어서 애당초 맞교환할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국군포로는 당연히 송환돼야 하며 미전향 장기수 북송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제로 맞교환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매달리는 것처럼 보일 경우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패' 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충고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지속적인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맞교환 문제를 대북 관계개선 카드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성사될 경우 대북 경협사업이나 남북 이산가족 상봉문제까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같은 맞교환 방안에 쉽게 응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측은 지금까지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사 여부는 북한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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