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영화 불법 유통 이번엔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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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번에는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다. 영화가 아직 상영 중인데도 불법 동영상 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다운로드 건수가 벌써 10만 건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불법 복제물이 파문을 일으킨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해운대’의 투자배급사 측은 어제 범인을 잡아 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반드시 색출해서 법대로 처벌하고, 별다른 죄의식조차 없이 다운로드받은 네티즌들에게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DVD·비디오, 인터넷 상영 등 한국 영화의 부가판권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이미 망가진 상태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대작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는 것도 한국 관객을 특별히 대접해서가 아니라, 만연된 불법 행위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영상산업협회가 적발한 영화 저작권 침해 건수만 해도 2003년 9만9292건에서 2005년 32만8205건, 2007년 58만726건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나마 협회에 단속을 의뢰한 39개 영화 저작권사의 작품에 국한된 것이니,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해운대’의 경우 24개국에 수출돼 중국·미국 등 해외에서 속속 개봉되고 있다. 국내에서 무단 복제된 영화를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받아볼 수 있다면 해외에서인들 굳이 극장을 찾으려 하겠는가. 국내 영화산업을 망치고 외국에서까지 제 발등을 찍는 행위를 그냥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7월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저작권법은 상습적인 불법 전송자(헤비업로더)나 웹하드 업체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의 온상으로 꼽히는 일부 웹하드 업체는 몇 달만 영업하다 돈을 챙겨 회사 문을 닫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 가기 일쑤라고 한다. 온라인 사업자로 의무적으로 등록하게끔 요건만 약간 강화해도 불법행위는 한결 줄어들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남이 애써 만든 작품을 공짜로 즐기겠다는 그릇된 의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수요가 있으니 불법 공급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