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아이리스 머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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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아이리스 머독이 8일 세상을 떠났다.

79세. 머독은 말년에 닥친 알츠하이머 병으로 비평가이자 작가인 남편 존 베일리의 간호를 받으며 5년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이날 옥스퍼드의 한 요양원에서 타계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태생인 그녀는 54년 '그물망 아래' 라는 소설로 등단한 이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주로 다룬 26권의 소설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78년에는 첫사랑을 찾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다룬 '바다여, 바다여' 로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간통.근친상간.폭력을 주제로 하는 '잘려진 머리' (61년) , 작가 지망생과 딸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 프린스' (78년) 등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들 작품은 연극으로도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옥스퍼드대 서머빌 칼리지 출신으로 비트겐슈타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48년 이후 옥스퍼드대 철학 교수를 지낸 그녀는 '사르트르 : 로맨틱한 이성주의자' 등의 철학 서적과 몇편의 희곡도 남겼다.

머독은 70대에 들어서도 창작활동을 계속해 95년에는 마지막 소설인 '잭슨의 딜레마' 를 펴냈다.

특히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문학 조류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 심리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깊이있는 탐구로 명성을 날렸다.

내놓는 작품마다 철학적 사색과 종교.주술.형이상학을 깊이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한편 머독은 타계 직전 "자신을 위한 장례식이나 추도식을 일절 하지말라" 고 주위에 부탁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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