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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물가' 급등…장보기 겁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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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 등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서민들의 허리를 죄고 있다.

특히 지난해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았고 최근 한.일 어업협정 영향으로 생선 출하량이 줄어드는 등 악재가 겹친 데다 설을 앞두고 중간상인 등의 출하 조절까지 작용해 서민들은 최근 수년래 가장 힘든 명절맞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매시장에서 가장 급격히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과.배.대추 등 과일과 동태.오징어 등 수산물. 서울 경동시장.영등포시장.중부시장에서 배는 최상품 20개들이 한 상자에 6만원까지 거래돼 지난 추석에 비해 50% 가량 가격이 올랐으며 명태도 상품 마리당 7천원선에 팔려 두배로 값이 뛰었다.

대추는 한 말에 3만원대로 예년보다 80% 가량 비싸졌다.

10일 전만 해도 10개 5천원이던 곶감은 7천원선에 팔리고 있으며 지난 추석 때 상품 한 마리에 1천8백원 하던 북어포도 2천5백원을 받는 등 제수용품들도 예외없이 30~40%씩 값이 올랐다.

육류는 7일 서울가락동 축협 공판장에서 한우 1㎏이 8천5백원대에 경매돼 지난달 초에 비해 5% 정도 소폭 인상에 머물고 있어 상대적으로 값이 안정돼 있는 품목. 하지만 일반 정육점에서는 이미 안심 1㎏이 1만5천원대에 팔리며 지난달보다 10% 가량 올랐다.

농수산물 값이 크게 뛰고 있는 것은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사과.배 등 주요 과일 농사가 흉작을 보인 데다 라니냐 현상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 명태 등 한류성 어류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 최근 한.일 어업협정 체결로 어장이 줄어든 것과 지난해 극심한 경제난을 겪은 농.어민들이 산지에서 생산물을 조기 출하, 비축분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산지 생산자와 중간상인들이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출하를 미루고 있는 흔적도 보인다.

7일 서울가락동 청과물시장의 5개 공판장 가운데 3곳에서는 사과.배의 물량이 모자라 경매가 이뤄지지 못할 정도였다.

이곳 배수범 (裵首範.44) 경매사는 "현재 전국에 50만상자 가량 비축돼 있는 배의 경우 최근 하루 1만상자 이하로 출하량이 줄어드는 등 산지의 눈치보기가 극심해 당분간 값이 뛸 것" 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물가 오름세로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 설 10만7천원 (물가협회 산정) 보다 20% 이상 늘어난 13만원선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실제 장바구니 비용은 이보다 더 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던 주부 김영주 (金英珠.55) 씨는 "고급품으로 차례상을 마련할 경우 20만원 이내로 장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고 걱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재정경제부.농림부.해양수산부.보건복지부 등을 주축으로 물가대책반을 편성, 성수품 가격 인상을 노린 유통업자의 매점매석을 단속 중이다.

이상언.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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