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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인기 화랑 이승효를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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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드라마 ‘선덕여왕’에서 화랑 비천지도의 수장 ‘알천’ 캐릭터가 인기다. 이 역을 맡은 이승효는 이준기와 정일우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눈길을 끌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점점 높아지는 극 중 비중과 인기를 반영하듯 일부 팬들은 ‘선덕여왕’을 ‘월화드라마 알천’이라 부르며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TV쇼 진품명품’ 도자기 감정관 이상문 교수의 막내아들, 아버지는 ‘감정 대물림’ 하라셨지만…”

요즘 부쩍 높아진 드라마의 인기 덕에 가족들의 대접이 달라졌다. 아들의 연예계 데뷔를 반대했던 아버지 이상문 교수도 이제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올해 서른 살 이승효. 사실 뉴 페이스는 아니다. 드라마 ‘대조영’에서 정보석의 부하로 출연했고, ‘최강칠우’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다만 요 즘 들어 본격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는 서라벌 10화 랑 ‘비천지도’의 리더, 신라와 백제가 전쟁을 벌일 때 이요원과 엄태웅 의 상관이었던 ‘알천’을 맡아 ‘선덕여왕’의 인기몰이에 크게 공헌했다. 굵직한 중저음 목소리에 카리스마 넘치는 화랑 연기가 돋보여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단골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와 직접 마주 앉아 보니 화면처럼 강하고 터프하지만은 않은 인상이 었다. 분장하지 않은 얼굴로 해맑게 웃으니 곱상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인기 실감 못하는 서른 살 중고 신인

“주위에서 자꾸 유명해졌다고 띄워주고 인터넷에 제 기사가 올라오 니까 얼떨떨해요. 왠지 제 얘기가 아닌 것 같고 실감이 잘 안 나네요. 저는 촬영하느라 컴퓨터 할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 보거든요. 그냥 다른 사람 얘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의 인터넷 미니홈피에는 하루 방문자가 수천 명, 모 배우와 닮았다 는 기사가 인터넷에 뜨더니 홈페이지 쪽지함에 ‘너 우리 오빠 하나도 안 닮았어’라는 해당 배우 팬들의 성난(?) 쪽지까지 쌓였다. 부쩍 높아진 관심과 인기에 처음에는 ‘네가 무슨 연기를 하느냐’며 반대했던 가족들도 이제는 확 달라진 반응을 보인다.

사실 그는 오랜 배우 지망생은 아니었다. 컴퓨터를 전공했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적도 없고 연 기 학원 출신도 아니다. 심지어 아직 소속사나 매니저도 없다. 인터 뷰 일정을 잡으려고 기자와 연락한 사람은 이승효의 친누나였다. 그 는 어떤 과정을 거쳐 데뷔했을까.

“배우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했어요. 어릴 때는 누구나 TV 에서 나오는 연예인을 보면 막연하게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잖 아요. 호기심 같은 거죠. 그러다 2004년에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 여서 연극을 만들어봤어요.”

‘이거다’ 싶은 마음에 무릎을 탁 쳤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하루 종 일 씨름하는 디자이너보다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보이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졌다. 인터넷 뒤져가며 뮤지컬과 연극 오디션을 보러 다니 고, 무작정 방송국을 찾아다니며 배우 구직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경험 일천한 신인에게 주어질 일자리는 당연히 없었다. 오디션을 보 는 족족 낙방이었다. 무작정 덤벼서는 안 되겠다 싶어 대학원에 진학 해 틈틈이 공연영상학을 배웠다. 마침내 지난 2006년, ‘드라마시티’ 출연 기회를 잡았고 그때 찍은 눈도장을 발판 삼아 몇 편의 드라마에 더 출연했다. 촬영장에서 어깨너머로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혼자 거 울 보며 연습하기를 몇 년, 이제 제법 연기자 티를 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부모는 뒤늦게 배우가 되겠다 며 밤낮으로 오디션 보러 다니는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대학 시 절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뭐가 아쉬워서 공 부할 시간에 돈 벌러 다니느냐’며 반대했을 만큼 약간 보수적인 성향 의 부모였으니 오죽했을까.

부모가 아들에게 원했던 길은 사실 따로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TV 쇼 진품명품’의 도자기 감정위원으로 유명한 이상문 교수다. 감정 분 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도자기의 달인’이다. 이 교수는 하나뿐인 아들이 자신의 일을 대물림하길 원했다. 그만큼 반대도 심 했다. 하지만 아들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버지는 보자기에 싸인 도자기를 슬쩍 만져만 봐도 무슨 그릇인지 딱 아시거든요. 그런 모습을 워낙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고, TV에서 아버지를 너무 많이 봐서 얼마나 공력이 대단하신지 잘 알아요. 아무 래도 저는 그분을 도저히 못 따라갈 것 같더라고요. 섣불리 나섰다가 제대로 못하면 아버지 이름에 먹칠할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났어요. 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고요.” 결국 부모는 아들의 고집에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많이 서 운한 눈치였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아들은, 배우로 성공하는 게 부모의 기분을 풀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더욱 부지런을 떨었다. 그 덕에 제법 얼굴을 알리게 됐다.

자리를 잡기 시작한 아들을 보며 이제는 가족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 는다. 특히 반대가 심했던 아버지는 “신인치고 너무 나이가 많으니까 28세라고 속이는 게 어떠냐”는 조언(?)을 할 정도로 아들의 이미지 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승효는 “모르긴 해도 아버지가 친구 분들께 요즘 제 자랑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3드라마 ‘선덕여왕’은 이번 주에 찍은 분량을 바로 편집해 다음 주에 내보내야 할 정도로 촬영 스케줄이 밀려 있는 상태다. 등장인물이 많 고 스케일이 크다보니 촬영 시간도 길고, 경북 경주와 문경 등 지방 을 돌아다니며 촬영하느라 시간이 더욱 부족하다. 특히 매니저도 없 이 직접 운전하며 촬영장을 오가는 이승효는 피로가 잔뜩 쌓인 상태 다. 얼마 전 전쟁 장면을 찍을 때는 3일 동안 한숨도 못 잤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서 피곤한 줄도 모른다. 게다가 워낙 연기파 선배들이 많아 그냥 촬 영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신출내기 배우가 본 기라성 같은 고현정, 엄태웅, 독고영재

“드라마나 영화 촬영할 때 밤을 많이 샌다고 들었거든요. 각오했던 일이라 괜찮아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으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운 좋게 기회를 잡았으니 자만 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죠. 조연인 내가 이렇게 힘들면 주연 선배 들은 얼마나 바쁘겠어요. 그런 분들 앞에서 졸리다, 힘들다 할 짬밥 은 아직 아니잖아요(웃음).”

그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덕여왕’에 합류했다. 이문식이 연기하는 코믹 캐릭터 ‘죽방’ 대사로 오디션을 치렀는데, 웃기는 재주가 없어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캐스팅 마감을 앞두고 용맹한 화랑 역할 로 낙점돼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전쟁터에서 적 들에게 포위됐을 때 “명예롭게 죽어 모두 화사당에서 만날 것이다”라 고 외치는 장면이나, 백제군을 쓰러뜨린 다음 커다란 나팔을 부는 장 면을 가장 인상적인 신으로 꼽았다. 이렇듯 알천은 용맹하고 또 의리 있는 느낌의 캐릭터다.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멋있게 나와서 작가와 PD에게 속으로 고마워할 정도였다는 게 그의 귀띔.

“캐릭터 설명을 보니까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화랑이라고 나 왔더라고요. 제가 전쟁 신에서 멋있었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작 가분이 멋있게 쓰고 감독님이 편집을 잘해 주셔서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그분들의 도움으로 얼굴을 알렸으니까 이제부터는 제 몫이 겠죠.”

그는 극 중에서 엄태웅(김유신)과 함께 등장하는 신이 많다. 그의 소 개에 의하면 엄태웅은 과묵하고 대쪽 같은 배역과 달리 실제로는 장 난기가 넘치는 촬영장의 엔도르핀이다. 심지어 다른 배우들이 촬영 에 들어갔을 때도 카메라 뒤에서 장난을 치며 일부러 NG를 내게 만 들 정도다. 요즘 엄태웅은 이승효를 볼 때마다 “내가 화랑 중에 나이 가 제일 많아 보인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한다.

그는 이요원과 이문식이 소속된 ‘용화향도’ 화랑 역의 배우들과 주로 친하게 지낸다. 이제는 또래 화랑들뿐 아니라 선배 연기자들과도 안면을 쌓고 싶은데, 고현정과 독고영재 등 소위 ‘미실파’ 선배들과는 아직 친해질 기회가 없었단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술을 못 마 셔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독고영재 선배님은 식사 때마다 반주를 하시거든요. 고현정 선배님 은 회식 때 분위기를 주도하시는 편이고요. 그런데 저는 술을 한 잔 도 못해요. 배우들은 술자리 인맥이 중요하다던데, 앞으로 좀 배워야 할 것 같아요(웃음).”

촬영이 없을 때는 보통의 서른 살 청년과 똑같은 시간을 보낸다. 고향은 충북 충주. 2004년부터 독립해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며 살다보 니 어지간한 요리며 집안일은 척척 해내는 싱글남이다. 남보다 결혼 을 좀 빨리 하고 싶었는데 아직 여자 친구가 없어서 고민이란다. 얼 마 전 그룹가수 ‘상상밴드’의 보컬 ‘베니’와 열애설이 보도됐지만 “유 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가수여서 상상밴드의 노래를 홈페이지 배경 음악으로 깔아뒀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이 추측한 것”이라며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알천은 앞으로 ‘선덕여왕’에 꾸준히 등장할 배역이다. 김춘추(유승호) 를 왕으로 추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신하라니 배역 비중도 늘 어날 전망. “전쟁터에서 죽을 줄 알았는데 계속 나오게 해줘서 고맙 다”고 웃는 얼굴에서 늦깎이 배우인 그가 요즘 얼마나 신이 나 있는 지 엿볼 수 있었다. 배우 데뷔를 서운하게 여겼던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더 몰입하겠다는 각오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조병각(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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