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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일시 귀국한 소설가 황석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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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황석영씨는 "런던에만 교민이 6~7만명 사는데 중국·일본에 비하면 한국 문화 소개는 너무 미미하다"고 말했다.

4월 "재충전하겠다"며 영국으로 떠났던 소설가 황석영(61)씨가 9일 일시 귀국했다. 황씨의 귀국은 24~29일 북한에서 열리는 남북작가대회 참석, 12일 제8회 만해대상 문학 부문 수상 등을 위한 것이다. 11일 황씨를 만났다.

런던 시내 숙소 바로 앞에 일산 호수공원 반만한 크기의 호수를 낀 공원이 있어 매일 산책 나간다는 황씨는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연구원 자격으로 있는 런던대에서 알선해 준 영어 교육기관에 다니는 게 주 일과다. 하루 6시간씩 영어 공부한다. 소설 강독으로 진행되는 오후 수업에서는 요즘 19세기 여성 작가 조지 엘리엇의 장편소설 '사일러스 마너(Silas Marner)'를 읽고 있다. DVD도 영어공부에 활용한다. 내 영어는 주워듣고 주절거리는 영어여서, 강사가 칠판에 단어 철자를 쓰면 '저렇게 쓰는 거구나'라고 알게 된다."

-영어 공부에 몰두하는 이유라도 있나.

"늙마에 심심하지 않으려고 배워두는 거지…. 한국에 돌아가 재미있는 영어 소설들이 수입되면 구해 읽으려고 한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도 있다."

-10월부터 본지에 연재하기로 한 자전 소설 준비는 잘 돼가나.

"이야깃거리를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데 구상할 게 뭐 있나. 또 닥치지 않으면 써지지 않는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 유학 시절의 경험을 일기에 썼고 중국 작가 노신 역시 도쿄에서 의학을 공부하며 겪은 일들을 일기에 남겼다. 두 사람의 글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내 소설에도 자전적 이야기 사이에 영국 현지의 얘기, 시류에 관한 대목들도 집어넣을 생각이다."

-최근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가 장편소설 '손님'을 크게 다룬 것으로 아는데.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 파리에서 '황석영 주간'이 열린다. 프랑스 문단 인사들이 주선해 준 것이다. 또 프랑스에 이어 최근 독일의 한 출판사와도 전 작품 출간을 계약했다."

-영국 현지에 한국 문학과 문화를 알리겠다고 하셨는데.

"한국문화원 만드는 일을 추진 중이다. 돌아가기 전 문화부 장관과 면담하고 싶다."

황씨는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자전 소설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설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소설 삽화 작가로는 민정기씨가 좋겠다"고 했고, "연재가 시작되면 영어 공부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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