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화합정책 윤곽]구여 인사 대폭 사면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화합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사회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민심을 수습, 집권 기반을 강화하고 경제회복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회의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취하게 될 3.1절 대사면 조치와 국가인권기구설치, 지역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화합법' 제정 움직임엔 이런 金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

◇ 대사면 = 국민회의가 마련, 대통령에게 건의할 대사면 대상에는 시국사범.노동사범.정치사범이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지난해 8.15특사에서 제외됐던 선거사범 등 정치사안 관련자들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눈에 띈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 (賢哲) 씨를 비롯, 황병태 (黃秉泰)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복권조치를 취할 경우 金전대통령의 민주계와 화해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는 여권의 정계개편 시도와 관련,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국민회의가 자민련과의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는 한편 金전대통령과의 화해를 통한 '민주 대연합' 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한보.기아사태를 다루는 경제청문회도 2월 중순에 끝난다.

따라서 이들 관계자에 대한 사면도 검토대상이다.

이 경우 현재 열리고 있는 경제청문회는 '대화합' 국면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에 불과한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노동운동 관련 구속자에 대한 석방조치도 포함돼 있다.

이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움직임, 대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대규모 실업 등 불안요인을 감안해 노동계를 감싸안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옛 정권 아래서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에 대한 석방조치와 수배자 해제조치도 건의됨에 따라 한총련 관계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가석방 조치 등이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이와 함께 초장기수 17명에 대해선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석방해줄 것을 건의했다.

문제는 있다.

장기수 석방조건이 전향서 - 준법서약서 - 무조건으로 바뀐 것이나 한총련 관계자들에 대한 가석방 조치 등은 검찰과 보수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당의 건의 조치가 그대로 수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면.복권조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데다 선정작업은 법무부 업무 영역이기 때문이다.

◇ 국가 인권기구 설립 = 국민회의는 당정간에 논란을 빚어온 국가인권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치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기문 (李基文) 인권위원장은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와 비슷한 위상을 갖는 준 헌법적 기구가 될 것" 이라며 "인권위에 조사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권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법무부 등의 반대가 관건이다.

◇ 화합법안 제정 = 국민회의는 지역갈등을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가칭 '화합법' 을 제정키로 했다.

여기에선 공직인사.예산배정.지역화합을 위한 지역차별 금지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게 된다.

또 지역갈등을 조장 또는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지역감정을 법으로 다스리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하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