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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강남 1150만원, 하남 95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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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금자리주택단지로 선정된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정부는 27일 ‘서민주택 정책’을 발표하면서 5월 지정한 수도권 네 곳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에 대한 예상 분양가를 함께 공개했다.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는 3.3㎡당 1150만원,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는 950만원, 고양 원흥지구는 850만원으로 나왔다. 서울 강남권은 인근 아파트 시세의 절반, 경기도 두 곳은 70% 수준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 두 곳은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3.3㎡당 3000만원 선)와 비교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집값 안정 도움 될까=서울 요지에서 이렇게 싼값에 새 아파트가 나오면 기존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서울 강남권의 기존 아파트를 사려던 대기 수요도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지구에선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외에 민간 건설사가 분양하는 중대형 아파트도 상당수 공급된다. 시범지구 네 곳에서만 1만5000여 가구의 중대형 아파트가 나온다. 이 아파트는 무주택자가 아니어도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이 움직일 전망이다.

집값 안정에는 공급을 늘리는 것만 한 묘약이 없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단기간에 공급을 확 늘리는 것이어서 효과를 볼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실장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된 1991년부터 10년간 서울·수도권 집값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였다”며 “규모·입지·가격 모든 면에서 이번 대책은 당시 못지않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효’ 기대는 어려워=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에 나선다고 해도 입주 때까지 2~3년은 걸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심리적 안정 효과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89년 4월 분당·일산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됐지만 그해 서울 아파트값은 16.5%나 올랐다. 실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전세시장은 보금자리주택 대기자가 늘어날 경우 오히려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시범지구 때처럼 좋은 입지를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서울 강남권 같은 좋은 입지에서 물량을 내놓고 점점 입지 요건이 떨어지는 수도권 외곽으로 옮겨 갈 경우 인기가 뚝 떨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인기·비인기 지역 간의 집값 차이가 지금보다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10월께 수도권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 지구 5~6곳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구리·남양주·광명·시흥·하남시와 서울 일부 지역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 늘려=정부는 앞으로 수도권 그린벨트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7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인 경우 전매제한이 10년으로 늘어난다. 별도의 시세차익 환수 조치가 없는 대신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시범지구 네 곳의 경우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은 10년, 경기도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은 7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5년간 의무 거주 요건도 생긴다. 이 안에 이사할 경우 계약 해지가 돼 분양가 수준만 돌려받고 집을 주택공사 등 공급자에게 되팔아야 한다. 일부에선 정부 조치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년간 이사를 못 가게 하는 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최장 10년간 집을 못 팔게 하는 건 불합리한 재산권 행사 제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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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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