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교과서도 디지털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교사는 진도 나갈 부분을 전자칠판에 띄워놓고 관련된 자료를 추가로 불러와 보여준다. 교사는 수업 중간 중간에 문제를 낸다. 학생들이 각각 PC 화면에 답을 적어 넣으면 교사는 교탁에 놓인 PC에서 각 학생의 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은 집에서도 PC에 내려받은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공책을 열어 예습·복습하면 된다.

이미 전국 112개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받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들은 종이 책 위주로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더 수업에 집중하고 참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2012년까지 시범 운영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콘텐트를 충실화하고 문제점을 개선한 다음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와 별도로 기업에서도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 교과서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기업이 제공하는 디지털 교과서는 콘텐트 중심이다. 콘텐트 중심 디지털 교과서는 추가로 기기를 마련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교사는 PC로 디지털 교과서 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찾은 뒤 이를 PC와 연결된 TV 화면에서 보여주면 된다.

예를 들어 교사가 ‘나비’를 키워드로 넣어 검색하면 나비와 연관된 초등 학년별 과목과 내용이 뜬다. 이 가운데 ‘나비의 한살이’를 선택하면 알에서부터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 과정이 동영상으로 펼쳐진다. 음악 수업에서는 악기 소리와 연주를 들려줄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인터넷 검색에 비해 더 정확한 내용을 교과에 맞춰 제공한다.

콘텐트 중심 디지털 교과서 가운데 아이스크림(i-scream)은 벌써 초등학교 학급의 70% 이상에 보급됐다. 지난해 3월 선보인 아이스크림은 무료 서비스를 거쳐 올해 3월 유료로 바뀌었다. 교사는 개인으로 가입하면 4만5000원, 단체로 가입하면 3만9000원을 연회비로 낸다.

아이스크림은 백과사전 항목 약 20만 건, 사진 30여만 장, 동영상 약 8000건을 갖추고 있다. 동영상 자료는 KBS, 영국 BBC,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방송 프로그램을 1~3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운영하는 시공미디어의 김영순 사장은 “현재 모든 학년 초등 교과서의 전체 내용을 아이스크림이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중학 교과도 디지털 콘텐트로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디지털 기술을 교실에 접목하고 민간의 창의력이 수업에 반영되면서 학교 공부가 점점 생생하고 흥미로워질 것 같다.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