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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전례원 충남지원장 “전통예절은 최소한의 기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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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예를 가르치는 김태현 한국전례원 충남지원장이 삼베 한복으로 한껏 멋을 냈다. [사진=조영회 기자]

40여 년간 몸 담았던 교직을 떠나 우리 전통의 얼을 지키는 일에 앞장 서고 있는 김태현(70) 한국전례원 충남지원장. 2000년 8월 천안교육장을 마지막으로 교직을 떠난 김 원장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퇴직했다고 곧바로 교육과 단절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전통예절교육 확산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마음먹었다.

매일 서울을 오가며 1급 예절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것이 2002년. 당시 대전에 살았던 김 원장은 대전의 전례원에서 활동하다 노후는 고향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에 다시금 천안에 터를 닦고 한국전례원 충남지원을 차리게 됐다.

“교육장 시절에는 말 한마디면 음료수 챙기는 거며 자료 복사하는 일쯤은 주위에서 대신 해줬죠”라며 회상한 김 원장은 “지금은 전례원 청소부터 사무 보는 일까지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천안 문화동에서 지금의 다가동 전례원으로 이전하면서 사무실 집기들은 김 원장의 사비를 털어 마련했고 사무원을 둘 형편이 안돼 아직까지 운영과 관련된 사무는 직접 본다.

“컴퓨터도 꽤 다룰 줄 알아 인터넷 카페에 동영상도 올리며 전례원 알리기에 한 몫하고 있다”는 그를 보자 ‘노장은 죽지 않았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존경 받는 어르신 되기=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전례원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20명 남짓의 시민들이 김 원장의 무료 예절교육을 듣기 위해 찾아 들었다. 전례원 원장답게 삼베로 만든 한복을 차려 입은 김 원장은 삼복더위도 잊은 채 전례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시원한 음료수 한 병 건네며 안부를 물었다. 예절교육을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김 원장과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이다. 젊은이들은 전통예절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다고 여겨 찾아오지 않는 것도 있지만 어르신들에게 전통예절을 보급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는 “의외로 어르신들도 전통예절에 대해 잘 모른다”며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36년간 일제치하에 있으면서 전통의 관례와 예례를 많이 잊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교육시간에 가장 열의를 보이는 것도 어르신들이고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도 그들이다.

“이신교자종(以身敎者從)을 해야지 이언교자송(以言敎者訟)을 해서는 안 된다는 옛 말을 아는가?” 김 원장이 물었다. “자식에게 몸으로 모범을 보여야지 말로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손자에게 예절 한 수쯤 가르쳐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어 전례원이 유지된다”라고 말했다.

◆예절교육은 선생님 먼저=올해로 일흔이 된 김 원장은 발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전통예절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학교나 기업체·행정기관 등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 중 심혈을 기울이는 교육이 있다면 충남지역 교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원직무연수다. 학교 교육의 기본은 예절이고 예절교육은 선생님으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온 교원 연수가 올해로 7회째. 해를 거듭할수록 올바른 전통예절 배우기를 통해 밝고 건강한 사회, 예절과 예의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자는 시민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 원장은 “기본예절을 비롯해 가정·사회·직장 등에서 지켜야 할 예절들을 교원들이 배우고 익혀 미래를 꿈나무인 학생들에게 올바른 전통예절을 가르쳐주길 기대하며 연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이 세상에 알리는 전통예절은 이미 사라진 과거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최소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생활예절이다.

김 원장은 “오늘날의 예절은 생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키기 어렵게 생각되는 것일 뿐 일상생활이라고 생각하면 귀찮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무너진 전통을 바로 세우려면 행정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 예절교육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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