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활발한 구조조정 노력으로 재무구조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자산을 대거 매각해 악성부채를 갚아나가는 한편 자산재평가와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부채비율을 정부 가이드라인인 2백% 아래로 이미 떨어뜨린 대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사내 유보율을 크게 높인 상장기업들이 주주에 대한 서비스 및 주가안정 차원에서 잇따라 대규모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호전되는 재무구조 = 지난해 7월 보유 토지 및 시설물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인천제철은 최근 다시 67.9%의 유상증자를 실시함으로써 자기자본을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 말 2백79%에서 지난해 말엔 2백% 아래로 떨어졌다. 인천제철은 최근 평균이자율 10%선에서 4천억원어치의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 지난해 15% 이상으로 조달한 각종 악성부채를 갚았다.
이 회사 자금담당자는 "올해는 신규 시설투자를 3백억~4백억원 규모로 제한해 금리부담을 더욱 줄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화의 (和議) 기업인 크라운제과는 부동산매각과 자산재평가를 통해 지난해 6월 말 현재 무려 1만9천%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4백%대로 끌어내렸다. 게다가 "조만간 서울 본사건물과 공장을 팔아 재무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 방침" 이라는 게 이 회사측 설명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지난 14일 현재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상장사 수는 전체의 40%에 이르는 2백91사. 이들 가운데 11개사는 유상증자를 병행했다.
자산재평가 실시기업 가운데 금융업을 제외한 2백1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재평가차액의 자본전입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6월 말 평균 6백44%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연말엔 2백18%로 떨어진 대신 유보율은 평균 4백15%에서 7백62%로 높아졌다. 이중 54개 기업은 부채비율이 2백% 미만으로 낮아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확한 재무비율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재평가 전후의 채무변동과 증자 등 다른 요소들을 감안해야 하지만 최근 상장사들이 시설투자를 줄이고 악성채무를 상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백14개사의 실제 부채비율은 산출된 수치보다 더욱 낮아질 소지가 많다" 고 말했다.
◇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 = 국내 기업들의 해외신인도를 높여 외국인들의 직.간접 투자를 촉진할 전망이다.
ING베어링의 강헌구 이사는 "올들어 브라질.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금융위기 고조로 이탈한 외국투자자금이 기업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증시로 몰려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은 국내 금융기관 및 주식투자자들을 안정시켜 신규 대출공급을 촉진하고, 주가를 부양하는 등 금융시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투자부적격 그룹으로 자금난을 겪었던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의 경우 과감한 구조조정 실천으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켜 평균 9~10%의 이자율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사내 유보금이 풍부해진 상장사들과 유상증자를 앞둔 상장사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무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임봉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