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자 특허권 끝나는 듀오백코리아, 사무용 개발 이어 가방 시장도 진출 채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비슷한 제품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부품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노하우는 베낄 수 없다.”

듀오백코리아 정관영 사장이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듀오백코리아는 특허권이 종료되는 등 위기 상황을 꾸준한 기술 개발과 사업 다각화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인천시 가좌동 듀오백코리아 본사 겸 공장에서 만난 정관영(37) 사장은 자신감에 넘쳤다. 정 사장은 “국내에서 듀오백 형태 의자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됐지만 신개념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등판이 둘로 갈라진 독특한 형상의 의자로 잘 알려진 듀오백코리아는 올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 회사의 상징인 듀오백 형태 의자에 대한 특허권 기간이 만료되기 시작한 게 이 회사에는 위기다.

듀오백 의자의 원조는 독일이다. 독일 물리학자인 마티아스 브루닉 박사가 고안한 개념을 이 나라 가구 회사 그랄(Grahl)이 제품화했다. 정해창(68) 듀오백코리아 회장이 이 회사로부터 국내 생산·판매권을 얻어 1997년 판매를 시작했다. 정 회장의 장남으로 2004년 대표가 된 정 사장은 내친김에 특허 소유자로부터 유럽 이외 지역에서의 특허권을 사들였다. 넘쳐나는 모방 제품을 견제하는 동시에 아직 이런 종류의 제품이 소개되지 않은 일본·동남아·미국 등으로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특허 기간이 다 되기 시작했다. 국내는 이미 7월에 만료됐고 다른 나라에서도 1~2년 내에 특허권이 소멸된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 왔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고급화다. 지난해 앉는 부분에 통풍성이 좋은 메시(그물망) 소재 등을 쓴 듀오백 알파 제품군을 선보였다. 또 지난달에는 고급 제품 수요가 많은 사무용 의자 시장에 새로 진출했다. 기업용 자재 구매·관리 전문 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와 손잡고 이 회사가 판매할 사무용 가구 제품 중 의자 부분을 개발·생산할 계획이다.

재고를 사흘치로 줄이고 협력업체를 공장 안에 입주시키는 등 독특한 생산 방식도 도입했다. 이 회사는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적시생산(JIT) 개념을 적용해 재고가 사흘치를 넘지 않는다. 또 유연한 생산 체제를 위해 공장 안에 아예 부품 협력업체를 입주시켰다. 임대료를 낮춰 주고 고가의 생산 설비를 제공해 가면서 협력업체를 끌어들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 사장은 “기능성 의자는 10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정밀 제품”이라며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의 기술 수준이 완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도 집중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6년 부설 인간공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부품·완제품의 내구성 등을 실험하는 시설도 만들었다. 직원이 160명에 불과하지만 가구 회사로는 적지 않은 10여 명의 연구 인력을 두고 있다.

정 사장은 “장기적으로 듀오백코리아의 장래를 ‘인간공학’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의자로 성공했지만 다른 가구까지 모두 손대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늘 접하는 품목 중 기능·편의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먼저 선보일 제품은 가방이다. 정 사장은 “의자회사가 가방을 판다니 엉뚱해 보이겠지만 사용 시간이 길고 허리가 편해야 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 의자와 가방은 연관이 많다”며 “편하고 기능적인 신개념 제품의 개발을 이미 마쳤다”고 말했다. 곧 판매를 시작할 가방 제품의 브랜드는 의자 제품(duo back)과 한글 발음이 같은 듀오백(duo bag)으로 이미 정해놨다. 정 사장은 “가방 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인간공학 관련 제품의 유통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