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그린벨트 820만평 해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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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820만평이 해제되고 14만6000가구의 주택 건설이 추진 중이다. 고양.안산.의정부시 등 13개 시의 그린벨트 지역에 15개 국민임대주택지구가 조성된다.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건설되는 물량의 50%인 7만3575가구가 임대주택이다. 해제되는 그린벨트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수립을 위한 환경영향 평가 때 '조정 가능지'로 분류된 녹지다.

수도권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국민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기본방침은 건설교통부가 지난 5월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사업 명세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10일 한나라당과 건교부에 따르면 건교부는 지난 2월 이들 13개 시에 그린벨트 해제와 주택건설 지구지정을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15개 주택지구 중 삼송.별내 등 7개 지구는 주민공람을 이미 끝냈으며, 갈매.상록 등 7개 지구는 지난달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성남시 여수지구는 녹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어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추진의 진행내용을 한나라당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들 15개 지구는 9월께부터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구지정을 확정받은 뒤 본격적인 주택건설이 시작된다. 정부는 한때 15개 지구에 영구임대주택만 건설할 방침을 검토했으나 '도시슬럼화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계획을 변경,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절반씩 짓기로 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특별조치법에 따라 지구지정을 추진 중인 7개 지구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별조치법은 자치단체와 협의 없이 건교부 장관이 지구를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다 보니 반대입장이 강하게 형성돼 건교부의 어떤 협의 요청에도 불응하고 있다"면서 "최근 경기지역 시장.군수 회의에서도 반대입장을 정해서 건교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2012년까지 매년 10만가구씩 모두 100만가구의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해당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 해야 될 사업을 정부가 대신 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2월부터 1차 그린벨트 내 국민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시작해 현재 소하.청계.풍산 지구 등 11개 지구 232만7000평에 4만7221가구의 아파트를 건설 중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 해소 차원에서 수도 이전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그린벨트를 몰래 해제하면서까지 인구집중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이런 주택건설 정책은 행정수도 이전 논리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내 주택건설사업은 관련법과 시행령 등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국민임대주택은 비닐하우스와 쪽방 거주자 등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이기 때문에 수도권 인구유입은 극히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구체적인 사업명세 발표는 정책 추진의 혼선을 막기 위해 환경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구지정을 완료할 때까지 미루기로 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해제를 추진 중인 그린벨트의 60%쯤이 환경영향평가상 4, 5등급으로 보존가치가 없는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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