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법 개정]영진공 폐지등 구조 전면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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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등급외 전용관' 이 다시 물건너 갔다.

올해 영화법 개정의 핵심으로 초미의 관심을 끌어모았던 '완전등급분류제' 와 '성인영화전용관' (등급외 전용관) 이 끝내 국회 개정안에서 삭제된 채 3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편 영화진흥공사 (영진공) 와 공연예술진흥협의회 (공진협) 이 각각 폐지되고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가 신설된다.

'등급외 전용관 도입' 이 다수 영화인들의 지지를 얻고 당초 국민회의 개정안에 삽입돼 있었음에도 끝내 그 도입이 좌절된 것은 '등급외 전용관' 의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등급외 전용관' 도입은 영화계 내부에서도 영화인협회 (이사장 김지미) 와 제작가협회 (회장 이춘연) 를 비롯한 소장파 영화인들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될 정도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던 부분.

'등급외 전용관 도입' 을 주장한 측은 "등급보류가 존재하는 한 등급부여를 담당하는 기구는 그 구성방법에 상관없이 (심지어 새로 구성되도록 의결된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 까지도) 검열기구" 이므로 "등급보류라는 사전허가제도를 없애는 최선이 방법이 등급외 전용관을 두는 것" 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주장의 이면엔 그동안 예술과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해온 영상물 검열제를 이번 기회에 철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에 맞서 "현실적으로 등급외 전용관은 포르노 합법화의 구실을 가져다줄 뿐" 이라고 주장하는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검열 철폐' 라는 취지가 '현실적 적용론' 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데는 힘이 부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영화연구소측은 "96년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데 이어 지난 24일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음비법)' 역시 사전심의와 벌칙조항이 위헌판결을 받은 만큼 검열제도 철폐와 관련제도의 보완은 포기할 수 없는 문제" 라며 이번 개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법 개정에서 영진공과 공진협 폐지 등 영화계 구조 개편안에 대한 내용은 영화인들의 '환영' 을 받았다.

또 현재 6개월 이하로 되어 있는 영상물의 등급보류 기간을 3개월 이하로 단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역시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개정에 의해 행정위원회 성격으로 신설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전문가들이 비상임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존의 영진공의 한계로 지적되온 관료적 성격을 벗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는 '사전검열' 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40대 이하.여성 심의위원 참여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 개혁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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