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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청소 간편하지만 가격·전기요금은 부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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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 28면

새로 지어진 콘도나 펜션의 부엌에 가면 가스레인지 자리에 낯선 모습의 조리기구가 자리 잡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평평한 사각형 판에 스위치 몇 개가 장식처럼 붙어 있는 전기레인지다. 전기레인지가 이런 숙소들에서 선호되는 것은 대부분 외딴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 배관을 길게 끌어올 필요가 없어 초기 공사비를 꽤 줄일 수 있다.

불꽃 없이 요리하는 전기레인지

최근엔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레인지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지 5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올해에만 30만 대 정도 팔릴 전망이다. 한 해 시장 규모가 180만 대가량인 가스레인지의 20%에도 못 미치지만 해마다 25~30%씩 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새로 짓는 아파트에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설치하는 건설업체도 늘고 있다.
 
웰빙·친환경 이미지
전기레인지는 말 그대로 전기로 열을 가해 음식을 익힌다. 가스레인지처럼 불꽃이 일지 않는 게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다.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아 밀폐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화재나 사고 걱정도 상대적으로 적다. 스위치를 켜자마자 원하는 온도로 가열되기 때문에 열 손실이 적고 그릇을 직접 가열시켜 효율이 높다. 조리 시간이 짧고 영양 손실은 적다는 얘기다. 정해진 온도를 넘으면 자동으로 꺼지는 조절 기능도 편리한 점이다. 상판이 유리나 세라믹으로 돼 있어 청소하기 쉽다는 점도 주부에겐 매력적이다. 가스레인지는 주기적으로 이것저것 들어내고 구석구석 꼼꼼히 닦아야 한다. 하지만 전기레인지는 국물이 흘러넘쳐도 행주로 한번 쓱 닦아내면 된다. 업계도 마케팅 포인트로 ‘웰빙과 친환경’을 내세운다.

전기레인지의 단점은 유지비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 발열판 하나가 보통 1800W의 전력을 소모한다. 가전제품 가운데 순간 전력소모량이 가장 많은 대형 진공청소기 두 대를 켜는 셈이다. 평면 TV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PDP 방식의 42인치 TV의 소비전력도 350W다. 단계별 누진제를 적용하는 국내 전기요금 체제에서 전기레인지를 쓰는 것은 아무래도 불리하다. 아무리 싼 제품이라 할지라도 가스레인지의 두 배인 가격도 부담이다.

전기레인지는 가열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는 직접 가열 방식과 전자파를 이용한 유도전류로 가열하는 인덕션 방식이다. 직접 가열 방식은 상판이 뜨거워지는 반면, 인덕션은 손을 대도 괜찮을 만큼 상판의 온도 변화가 없다.

직접 가열 방식은 발열 속도에 따라 하일라이트, 패스트, 노멀 등으로 구분된다. 세 방식의 주된 차이는 목표 온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가열 속도)이 다르다는 점이다. 하일라이트 방식은 니켈과 크롬을 섞은 특수강으로 발열체를 만들어 수명이 영구적이고 섭씨 650~700도의 고온을 낼 수 있다. 목표 온도 도달 시간은 3~5초다. 몸에 좋은 원적외선 방출량도 많다. 패스트 방식은 특수강이 아닌 코일을 쓴다. 빨리 마모되고 섭씨 300도 이상의 온도를 낼 수 없다. 가열 속도는 7~10초다. 목표 온도에 이르는 데 10~15초 걸리는 노멀 방식은 발열체를 제외한 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저가형이다.

인덕션 레인지는 코일에서 만들어진 고주파 자기장이 용기 전체를 가열해 음식을 익힌다. 열효율이 높아 전기 사용량이 적고 상판이 뜨거워지지 않아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유리와 도자기 등 열을 전달하지 않는 소재로 된 용기는 쓸 수 없고 구조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고 온도가 섭씨 240도밖에 안 나와 뚝배기 등 두꺼운 그릇을 쓰는 요리엔 적합하지 않다.
 
고급품은 수입품이 대세
전기레인지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화구 수와 가열 방식, 제조사, 부가 기능, 안전장치 등에 따라 1만원대 저가형에서 3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급품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시장은 양분돼 있다. 100만원대 이상의 고급 제품은 유럽산이 대부분이다. 발열체와 상판 기술을 독일과 프랑스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과 달리 유럽은 천연가스가 널리 보급돼 있지 않다. 가스레인지보다 전기레인지를 쓰는 집이 더 많아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관련 제품을 생산해 왔다. 보쉬·헬러·틸만·밀레·롬멜스바허·코치·시트람·에데사 등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발열체가 4개인 4구식의 유럽산 제품 가격은 대개 200만원 안팎이다. 이들 제품은 온도 조절, 타이머 등 기본 기능 이외에 다양한 추가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가열 범위를 늘릴 수 있는 확장 기능, 전체 또는 화구별로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멀티타이머 기능, 3중 안전장치 등이다. 기능이 많고 고급스럽다지만, 유럽 현지에서 팔리는 것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판매량으론 2구식 이하의 보급형이 많다. 1구와 2구식이 전체 판매량의 90%가량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국내에선 린나이코리아·동양매직과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산품도 발열판과 상판은 대개 유럽에서 수입한다. 아주 값싼 일부를 제외하면 하일라이트 방식이 대세다. 국산품은 발열판이 하나인 1구식은 18만~25만원, 4구식은 100만원대 초반이다. 파세코와 제이씨텍 등 중소기업은 1구식이나 2구식짜리 소형 제품을 주로 만든다.
 
휴대용 먼저 써본 뒤 설치를
주방가전은 한번 들여놓으면 10년 이상을 쓴다. “편하다는 소문을 듣고 전기레인지로 당장 바꾸기보다는 휴대용을 먼저 써본 뒤 결정하라”(한국소비자원 오승건 차장)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이유다.

전기레인지를 구입하려면 먼저 크기부터 정해야 한다. 가스레인지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3구식 이상을, 보조용으로 쓰려면 1~2구식을 선택하면 된다. 사용 빈도와 전기요금을 따져 보는 것도 필수다. 가스레인지를 대체할 경우 설치 방식에 따라 제품을 고른다. 빌트인 제품은 싱크대 구조를 바꿔야 하는 부가 비용이 든다. 빌트인을 하지 않을 거면 이동이 가능한 프리 스탠딩형을 선택하거나 빌트인 제품에 프레임을 붙여 가스레인지 자리에 놓으면 된다. 어떤 제품이든 화구가 2개 이상이면 전용 콘센트를 설치하는 게 안전하다.

안전장치는 다양할수록 좋다. 불꽃이 없어 아이들이 만지다 화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이 켜지지 않게 하는 잠금 기능, 잔열 표시 기능, 과열 방지 기능 등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입 제품은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정식 수입처 없이 오퍼상 등을 통해 소규모로 들여다 인터넷 오픈마켓 등에서 파는 제품은 고장 나면 수리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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