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주식시장 교란 엄단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검찰이 주가조작, 내부정보 이용 주식 처분, 허위정보 유포 등 행위로 주식시장을 교란해 온 50여명을 적발했다.

종전에도 이런 사고는 드물지 않게 있어 왔다.

증권시장은 정보의 시장이다.

주가는 정보에 의해 등락한다.

거짓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는 주식시장을 통한 도둑질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다.

금융위기를 당해 은행부문에는 정부가 64조원에 이르는 공적 자금을 동원해 이 부문의 신용력을 재건해 가고 있다.

이런 천문학적 금액의 재원 조달의 궁극적 목적은 은행에 대한 예금자와 외국기관을 비롯한 기타 채권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은행예금과는 달리 증권시장에서의 투자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적 자금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발행회사 공시정보의 불투명성, 내부정보의 독점적 이용, 증권회사 등 증권매매 거래 유관자의 불공정 행위 등을 철저히 막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

증권시장의 신뢰는 정보의 투명성과 공정성으로써만 성립한다.

검찰의 이번 적발에는 발행사 임직원이 증권회사 간부와 짜고 자사주가를 조작한 사건, 부도직전의 회사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식을 앞질러 처분한 것, 허위 인수.합병 정보를 만들어 공시.유포함으로써 처분이득을 챙긴 것, PC통신 등을 통해 주가 급상승설을 유포해 투자자를 모아 수수료를 챙긴 것 등이 들어 있다.

악질적 정보사기의 거의 모든 유형이 망라돼 있다.

여기에 속은 것은 선의의 투자자들이다.

발행회사와 유관기관의 투명성과 정직성을 믿었기 때문에 그들은 생돈을 떼였다.

이 증권 사기꾼들은 사건이 탄로나기 시작하자 거액을 증권감독원 간부에게 제공한 혐의도 드러났다.

증권시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신뢰의 상실이란 점에서는 은행창구에 예금청구를 지급할 자금이 고갈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검찰이 이번 적발에서 같은 수법으로 이득을 챙겼으나 그 이익금을 기업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죄질에 차등을 두어 가볍게 다룬 경우가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곤란하다.

그 돈을 어디에 썼건 투자자를 속여 돈을 뺏었고 증권시장의 신뢰를 교란했다는 범죄의 중심요건은 똑 같다.

어디에 그 돈을 썼느냐 하는 것은 별도의 저울에서 달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자금시장의 재건에 그 성패를 걸고 있다.

은행이 신뢰성을 잃으면 예금자를 잃는다.

증권시장이 신뢰성을 잃으면 투자자를 잃는다.

그렇게 되면 정직하고 효율적인 기업도 자금을 융통할 길을 잃는다.

지금은 자금시장이 신뢰성 위기에 처해 있으므로 작은 신뢰성의 훼손조차 한국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검찰의 적발에 앞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 크게 유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