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다시 나타난 법정소란, 단호하게 대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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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개월여 만에 재개된 용산 사고 재판이 엊그제 또다시 파행을 겪었다. 방청석을 메운 용산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 중 일부가 재판부와 검사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등 법정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소란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특무공무집행방해 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 9명의 변호인단이 검찰의 미공개 수사기록을 공개할 때까지 공판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거부되자 변론을 포기하고 퇴장한 게 소동의 발단이 됐다. 그렇다고 그것이 소란을 합리화시킬 순 없다. 법정 방청석에는 이해가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게 마련인데 마음에 안 들 때마다 서로 소리 지르고 욕설을 퍼붓는다면 재판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 아닌가. 그래서 법원조직법에도 “법정 내외에서 폭언·소란 등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한 자에 대해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판부가 소란을 피운 방청객들에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재판 재개 후 첫 재판이라 그랬으며 다음 재판부터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지만, 그러한 느슨한 공권력 집행이 오히려 법정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제2, 제3의 법정 소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과거에 방청객이 휴대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감치 명령을 받은 사례가 있는데 그것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물론 수사기록 일부를 공개하지 않는 검찰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재판을 진행해야 했으며, 정상적인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방청객들에게는 감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옳았다. 법원 스스로 원칙을 지키고 예외 없이 공권력을 집행해야 법원의 권위는 지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