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대표.증권사 임직원등 주가조작 50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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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주가 조작과 부도 직전 주식처분 등을 통해 거액을 챙긴 기업체 대표 14명과 증권회사 임직원.증권 브로커 등 50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회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가 매수주문을 반복, 자사주의 거래가를 오르게 하거나 PC통신에 엉터리 정보를 유통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주식시장을 교란, 선의의 일반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특수1부 (朴相吉부장검사) 는 28일 부산투자자문 대표 조장호 (曺長鎬.43) 씨 등 17명을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한국티타늄 전 사장 이흥주 (李興周.62) 씨와 전 증권감독원 과장 李승애 (44) 씨 등 11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은 또 Y증권 영동지점장 오재영 (吳在泳.41) 씨 등 1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삼양식품 사장 전인장 (田寅壯.36) 씨 등 5명을 약식기소했다.

미국에 도피중인 한국티타늄 李전사장은 96년 2천만달러 상당의 해외전환사채 (CB) 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자금 4백11억원을 동원, 구속된 曺씨 등과 짜고 주가를 8천7백50원에서 2만5천7백원까지 끌어올린 혐의다.

李전사장은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회사자금을 빼내 曺씨 등 2명에게 주식매입자금으로 제공했으며 시세조작 혐의를 포착한 증권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전 증감원 과장 李씨에게 1억6천만원을 건네는 등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함께 구속된 증권브로커 김종구 (金宗九.37) 씨는 "기관투자가의 펀드매니저들을 동원, 한국티타늄 주식을 대량 매수토록 해주겠다" 며 李전사장으로부터 모두 16억7천만원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다.

이는 지금까지 증권사범 수사에서 밝혀진 로비자금 중 최대 규모라고 검찰은 밝혔다.

이밖에 삼양식품 사장 田씨는 IMF 사태를 전후로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일가족이 소유한 주식을 집중 매각해 7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고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다.

검찰은 田씨 외에 김용산 (金用山.76) 극동건설 전회장.최현열 (崔鉉烈.65) 엔케이텔레콤 대표 등도 같은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으나 주식매각 자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점을 감안, 모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달아난 한진투자연구소장 이상윤씨는 하이텔 등 4개 컴퓨터 통신망에 투자를 대행해준다는 광고를 내고 자금을 모은 다음 "S전자 주식이 유망하다" 는 허위정보를 유통시켜 주가가 오르게 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로 모두 2억8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김상우.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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