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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음란물 외국사이트서 한국어로 침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가정주부 金모 (서울 압구정동)씨는 최근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인터넷의 음란사이트를 드나드는 아들 문제로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아들은 방과후 집에 돌아와 밤 새도록 성인사이트를 '클릭' 하는 것은 물론 김씨의 신용카드 번호로 음란사이트에 등록하기도 했다. 김씨는 참다 못해 아들이 학교에 간 사이 PC에 북마크 등록된 성인사이트 주소를 몽땅 지워버렸지만 아들은 친구로부터 음란사이트 주소목록을 디스켓으로 받아 그 다음날로 다시 채워버렸다.

네티즌 중.고교생을 둔 가정마다 '인터넷 음란물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는 5백만명. 이중 15%인 75만명이 음란사이트에 중독된 계층으로 추정된다.이중 중고생은 10만명 정도.

윤리위는 이에 따라 최근 정보통신부 등과 손을 잡고 음란물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음란물 제공업체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 실태 = 전세계적으로 확인된 음란물 사이트는 2만여개. 하지만 관련 업계는 5만개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음란사이트의 내용도 2년전만 해도 신체의 치부가 노출된 단순한 누드영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근친상간이나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것으로 가득 찼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한 것도 적지 않고 신체포박.매질을 넘어서 인체절단 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내용까지 버젓이 올라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PC통신내 성인방을 폐쇄하고 단속의 고삐를 조이자 기존의 국내 정보제공업체들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미국.일본의 인터넷업체에 등록해 한국어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의 포르노 전문업체가 한국어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의 'THE CITY'. 이 서비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6개 포르노 비디오업체들이 연합해 제공하는 것으로 20기가바이트 (신문용지 1백50만쪽 분량)의 막대한 영상자료를 담고 있다.

또 본격적인 한국어 사이트는 아닐지라도 번역소프트웨어를 통해 일본어는 쉽게 번역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 음란사이트에는 한.일 번역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을 (다운로드)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일부 한국어 사이트는 개설 석달만에 한국인 접속건수가 2백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편 이들 음란사이트는 일주일 정도 무료로 서비스한다고 광고하고 있으나 일단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무슨 수를 써도 전혀 해지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의 신용카드번호를 등록하면 안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 대책 = 윤리위는 정통부.한국전산원.정보보호센터 등과 연합전선을 형성해 공동대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내년 1분기중 인터넷 음란정도에 등급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 (WWWC)이 음란물 차단소프트웨어 기술규격인 PICS를 제정 중이며, 오락소프트웨어자문위원회가 음란등급기준인 RSACi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등급을 마련해 모든 인터넷 콘텐츠에 등급을 두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음란물 차단소프트웨어도 적극 보급하고 있다. 한국전산원의 NCApatrol를 윈도95.98용으로 만들어 인터넷 (http://www.icec.or.kr) 을 통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또 이것을 근거리통신망 (LAN) 용으로 만들어 CD롬 형태로 전국 4천7백개 중.고등학교에 나눠주고 있다. 이와 함께 PC화면에 폭력이나 음란물이 뜨면 이를 막아주는 부품인 V칩이 내장된 모니터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 음란물을 막기위해서는 학부모의 협조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통부 박정열(朴正烈) 정보보호과장은 "윤리위가 정기적으로 음란사이트 목록을 새로 작성하는데 학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이 정보를 계속 내려받아 자녀들의 PC에 깔아두면 훨씬 효과적" 이라고 말했다.

한편 PC통신의 성인방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의 단속강화로 당국의 손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 음란사이트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므로 가능하면 일정 한도내에서는 국내에도 성인용 서비스의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음란물 차단용 국산 소프트웨어는 윤리위가 무료배포하는 것 외에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있다. 'S - 체커 1.5'를 무료배포해온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02 - 325 - 8559) 는 다음달 발표할 '2.0' 제품부터 유료판매에 들어간다.

플러스기술 (02 - 3436 - 8546) 은 '수호천사 1.0'을 3만8천원에 시판중이다. 이밖에 인터넷에서 ▶사이버패트롤 (http://www.cyberpatrol.com) ▶넷내니 (http://www.netnanny.com) ▶사이버시터 (http://www.solidoak.com) 등의 영문 차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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