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클린턴]탄핵표결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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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숙된 의회 민주주의를 이뤄왔던 미 정치가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정파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은 19일 (현지시간) 탄핵안 표결 전 마지막 토론에서 독설.야유를 주고받았고 일시 퇴장하는 '미 의회사상' 희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투표 결과도 크로스 보팅 원칙과는 다소 거리가 먼 우리네 같은 정당투표 양상이 빚어졌다.

◇ 토론 공방 =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전날 13시간에 걸친 토론에 이어 이날도 3시간 동안 원색적인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하원 법사위원회 간사 존 코니어스 의원은 "공화당의 탄핵 추진은 대통령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쿠데타" 라며 공화당을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클린턴 대통령은 신성한 연방 대배심 증언에서 위증함으로써 미국의 법질서를 파괴했다" 는 논리로 민주당의 입을 막았다.

밥 리빙스턴 하원의장 내정자가 클린턴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신이 사임하라" 며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이에 리빙스턴이 조용한 목소리로 사의를 표명하며 클린턴 대통령도 자기 예를 따라달라고 일침,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 표결 =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견책안 상정이 끝내 좌절되자 항의 표시로 일제히 의사당 밖으로 걸어나와 시위를 벌였다.

게파트 총무는 "우리의 깊은 불쾌감을 보여주기 위해 시위를 벌인다" 며 "공화당은 미 국민 다수의 명백한 의지를 무시해버렸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데이비드 보니어 민주당 원내부총무도 "이제 의회는 통제 불능사태에 빠졌다.

공화당은 미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견책안을 투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고 맹공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다시 들어온 뒤 양당 의원들은 법사위를 통과한 네가지 탄핵 혐의를 전자식 투표 장치를 이용, 15분씩 모두 1시간에 걸쳐 차례로 투표했다.

이날 오전 1시25분 (현지시간) 첫번째 탄핵 조항인 '연방 대배심 위증' 조항이 가결되면서 클린턴 대통령은 역사상 두번째, 선출된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된 대통령이 됐다.

◇ 탄핵안 가결 이후 =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클린턴 탄핵이 의결되자 백악관으로 몰려가 클린턴 지지를 천명했다.

이들은 백악관 남쪽 정원 연단에서 "임기 마지막 날.마지막 시간까지 절대로 사임하지 않겠다" 고 연설하는 클린턴의 뒤에 부인 힐러리.앨 고어 부통령과 함께 늘어 서서 민주당의 단합을 과시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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