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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반잠수정 격침까지]함포 3발로 '작전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반잠수정 격침은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이 올린 개가였다.

발견부터 격침까지 짜임새 있는 대응이 돋보였다.

7시간40분의 입체작전을 재구성해본다.

◇ 그믐날의 발견 = 17일 오후 11시15분 전남 여수 돌산읍 임포지역 사단.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김태완 (金泰完.21) 이병은 "그믐날을 조심하라" 는 근무수칙을 외우며 긴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야간열상관측장비 (TOD)에서 '이상' 을 발견했다.

2㎞ 떨어진 앞바다에서 미끄러지듯 조용히 접근하는 소형 괴선박을 포착했다.

TOD를 들여다보던 金이병은 시속 5~6노트로 들어오는 선박에 해치 2개.안테나 등이 있고, 4명이 은밀히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선체의 절반 이상이 물속에 잠겨 있고 날렵한 모양새는 일반 어선과 달랐다.

"어선이 아니다. 간첩선 같다. " 金이병은 뛰는 가슴을 진정한 채 상황실에 '괴선박 출현' 을 보고했다.

◇ 추격 = 군 지휘부는 북한 간첩선 침투로 추정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15분후 육.해군 경비정 2척이 현장에 출동했다.

실망스럽게도 반잠수정은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다.

반잠수정이 다시 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은 18일 오전 1시40분. 초소에서 8㎞ 떨어진 해상. 아군에 발각됐다는 낌새를 채고 공해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최대시속 40~50노트 (70~80㎞) 의 전속력. 오전 2시10분. 육.해.공 합동작전체제로 전환했다.

해군은 3함대 소속 고속정 2개 편대 6척을 출동시키고 1천2백t급 초계함인 남원함과 8백t급 광명함을 급파했다.

해당 해역에서 조업중인 모든 어선이 정지토록 선박경보를 내렸다.

입체작전의 포위망은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3시35분. 공군 조명기 (照明機.CN - 235)가 김해에서 급발진했다.

대잠 (對潛) 초계기인 P3C도 출동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F5전투기가 맴돌며 초계했다.

이때까지 국적 식별에 무게를 둔 '날치상황' 에 머물렀다.

◇ 교전.침몰 = 1차 교전은 4시38분 거제도 남쪽 해상 41㎞지점. 위협사격을 가하자 반잠수정은 7.62㎜ 자동화기로 응사, 해군 고속정의 좌현을 맞히기도 했다.

5시15분 공군기에서 조명탄 1백75발이 발사돼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다.

북한 반잠수정임이 확실해짐에 따라 격퇴시키기 위한 '망둥어 상황' 이 선포됐다.

5시58분 남원함이 반잠수정에 90m까지 접근해 40㎜ 함포 3발을 명중시켰다.

반잠수정의 속도가 시속 5노트로 떨어지면서 우리 함정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계속되는 추가 사격으로 반잠수정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때가 오전 6시50분. 거제도 남쪽 1백㎞ 공해상이다.

숨막히는 추격전이 끝난 것. 이 과정에서 군은 작전지역이 일본과의 항공방공식별구역 (KADIZ) 경계를 넘어섬에 따라 합참의장을 통해 일본측에 사전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반잠수정이 일본 영해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8척의 함정으로 '외해 차단' 도 했다.

군 관계자는 "적함이 우리 영해를 침범했기 때문에 공해상까지 추격, 침몰시킨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해군은 반잠수정의 침몰 후에도 폭뢰 5발을 발사, 간첩들의 수중 도주 가능성을 차단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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