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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빈민가 할렘 재개발 기지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뉴욕 맨해튼 할렘가의 중심부인 125번가와 렉싱턴가가 만나는 모퉁이. 건축자재를 가득 실은 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바쁘게 오가고, 노란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초겨울 찬바람 속에서 바쁘게 일손을 놀린다.

곧 들어설 대형 슈퍼마켓 '패스마크' 의 공사현장이다.

건너편 버스 정류소 부근 공터를 배회하는 흑인청년 10여명이 가끔씩 날리는 흙먼지를 피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짜증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대표적 흑인 빈민가.우범가로 낙인 찍혀온 할렘이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패스마크 외에도 125번가와 세인트 니콜라스가 부근에는 30만 평방피트 규모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가 내년 크리스마스시즌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이미 체이스맨해튼 은행, 약국체인점 라이트 에이드, 비디오대여점 블록버스터 등도 최근 1~2년 사이 자리를 잡고 성업 중이다.

재개발의 배경에는 할렘의 상업적 가치 재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로이드 윌리엄스 할렘 상공회의소장은 "센트럴파크 절반 정도의 좁은 지역에 시애틀시 인구에 해당하는 53만명이라는 많은 주민이 거주하고 가구당 소득이 연 3만3천달러를 넘을 뿐 아니라 땅값.임대료가 싼 것이 매력 포인트" 라고 말했다.

뉴욕의 전반적 추세에 맞춰 할렘의 범죄율이 낮아지면서 이곳 출신의 '성공한 흑인' 들이 되돌아와 사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됐다.

◇ 할렘 = 원래 미국 흑인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50년대 이후 실업과 빈곤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주민들이 속속 이곳을 떠났고, 대신 뜨내기들이 대거 유입됐다.

건물주가 보험금과 재개발을 노리고 불을 질러 폐허가 된 건물들이 80년대까지도 즐비했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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