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순신 경영학]죽을힘 다하는 기업가 정신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동차왕 헨리 포드, 컴퓨터황제 빌 게이츠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기업가들이다.

거의 빈 손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냈다.

과연 무엇으로 가능했을까.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자금난.인재부족 등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용기와 결단, 희생의 감수, 솔선수범, 끈질긴 추진력 등을 발휘해 이를 극복했다.

기업가정신 없이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고전경제학의 대가인 영국의 앨프리드 마셜은 기업가정신은 기사도정신과도 같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의 강점 중 하나는 그들의 무사정신이라는 말도 있다.

이순신은 기업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의 진수 (眞髓) 를 보여주었다.

그는 상상하기 힘든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싸워 찬란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순신만큼 악조건아래서 싸운 장군이 있었을까. 연전연승해 국가에 말할 수 없는 공을 세웠지만 누명을 쓰고 죄인이 돼 도원수 (都元帥) 권율 (權慄) 장군 휘하에서 백의종군 (白衣從軍) 하는 신세가 됐다.

세계 제일의 해군제독이 죄인이 되고 육군의 무등병 (無等兵) 으로 강등된

셈이다.

칠전량 해전에서 일본 수군에게 참패해 조선 수군이 괴멸된 후에야 임금인 선조는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해 일본 수군과 싸우도록 했다.

한마디로 병사.배.무기.군량미 없이 홀몸으로 막강한 일본 수군과 싸우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 그와 같이 외롭고 딱한 처지의 해군사령관은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당시 이순신은 억울한 죄로 시달린 나머지 마음과 몸이 피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라를 구한다는 마음으로 분연히 일어났다.

그는 같이 싸울 수군을 모집하기 위해 일본군의 추격을 무릅쓰고 이 고을 저 고을 찾아다녔다.

텅 빈 관가의 창고를 뒤져 무기와 식량을 모으고, 칠전량 해전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12척의 배를 찾아내 남해안을 휩쓸던 일본 수군을 막을 태세를 갖췄다.

이런 와중에 조정은 12척의 배로는 도저히 2백척이 넘는 일본 수군을 막아낼 수 없다며 이순신에게 수군을 없애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대해 그는 선조에게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올렸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 (戰船) 이 있으므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적 수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선의 수가 적고 미미한 신하에 불과하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이 감히 우리를 얕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

12척으로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돼 장수들도 도망가고 임금마저 전투를 포기하라고 명령할 정도의 위급한 상황에서 이순신은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으므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적의 진격을 막을 수 있다" 고 오히려 임금을 설득하고 명량대첩이라는 위대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순신이 12척으로 일본의 대함대를 격파했듯이, 우리 기업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적절한 전략을 구사한다면 세계적인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없는 것만 탓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돈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시설이 없어서, 기술이 없어서, 그리고 배경이 없어서 할 일을 못한다고들 야단이다.

지금이야말로 이순신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이 필요할 때로 보인다.

지용희(서강대 교수.경영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