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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가요가사 자작시 표절 오규원시인 '속앓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최근 숨겨져 왔던 씁쓸한 일이 하나 불거졌다.

95년 대 히트를 기록했던 DJ D.O.C '머피의 법칙' 앨범 수록곡인 '한 잎의 여자' 가 오규원 시인의 연작시 '한 잎의 여자1~3' 을 교묘하게 표절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한 잎의 여자' 는 91년 펴낸 오씨의 시집 '사랑의 감옥' 에 수록된 시다.

표절한 이는 한때 'DJ 철이' 로 인기를 끌었던 신철씨. 무명도 아닌 그가 기획한 앨범에서 그 곡의 작사가를 '시, DJ철이' 로 표기해 놓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연작시 3편의 시어들을 그대로 골라 곡에 맞춰 끼워넣은 채 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놓았다.

물론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거나 원저작자 표시를 해놓은 것도 아니다.

지난 9월 이 사실을 안 오씨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에 알려 신철씨에게 공식 항의했으나 2개월이 넘도록 신씨측은 표절사실만 인정하고 음반판매량 등 오씨측의 자료요청은 회피하고 있는 상태. 오씨는 신씨측이 더 이상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도 불사한다는 생각이다.

"평생 시를 써온 시인에게 엄청난 모욕감을 주고 있다" 고 개탄하는 오씨. 슬슬피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문제를 해결하겠다" 고만 밝히는 신씨측. 왜 '표절' 을 해야만 했나를 따지기 전에 표절에 대한 대가를 치를 용의는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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