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나보는 여성 사진작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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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사진은 기록이면서 동시에 언어다.

그 표현양상과 기법은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지난 4월 발족한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장 박영숙)가 27일부터 마련하고 있는 한국여성사진작가전 '색동저고리' 는 여성 사진작가들이 한데 모여 청.홍.황.흑.백 오색 색동저고리처럼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아낸 전시다.

박영숙.신혜경.김옥선 등의 신체 묘사를 통한 여성 정체성에 대한 인식에 주목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 전시는 작업방식의 다름에 눈길을 돌린다면 훨씬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가령 윤은숙의 어머니 초상은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찍어 현상과정에서 마치 판박이를 하는 것처럼 종이에 전사 (轉寫) 해 옛날 사진의 느낌을 준다.

판박이를 뗄 때 종이가 벗겨지는 것을 그대로 둬 옛스러움을 살렸다.

홍미선의 '아이콘' 은 특수약품 처리를 한 나무판을 인화지로 사용했다.

이정애의 '호텔 파리' 는 인화지가 없어 종이에 백금과 은.알부민 등을 발라 인화지로 썼던 19세기말의 전통적 작업방식을 따른 것. 정원의 '천사잃은 날개' 는 이른바 와이드 컬러 방식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지하철 역에 설치된 전광판 형식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 작가들의 활동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는 기획의도처럼 미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하는 사진, 역시 현실상의 어려움으로 부각되지 못하던 여성 사진작가들을 모처럼 만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진집 '색동저고리' (눈빛 刊) 도 함께 펴냈다.

11일까지 동아갤러리. 02 - 317 - 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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