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시공 부실로 세입자 침수 건물주 80%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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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문구류 도매업체 M사는 2006년 4월 서울 논현동의 한 건물을 빌리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2층은 사무실로, 지하 1층은 문구류 보관창고로 쓰기로 했다.

건물주 이모씨는 이듬해 8월 1층 갤러리 싱크대의 수도 배관공사를 했다. 그런데 시공업체가 배관 연결을 부실하게 해 수돗물이 지하로 흘러 들어갔다. M사는 “문구류가 젖어 2억4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봤고, 피해물품을 옮기느라 300만원을 썼다”며 건물주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3단독 차은경 판사는 “이씨는 손해액의 80%인 1억4300만원을 M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시공업체의 부실공사로 M사가 피해를 봤다 해도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씨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M사도 건물 지하층에 침수 피해를 보기 쉬운 문구류를 보관하면서 방수재질의 덮개를 씌우는 등 보관상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이씨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M사가 젖은 문구류의 가격 을 손해액으로 제시한 데 대해 재판부는 “손해액은 문구류를 구입하기 위해 M사가 지출한 금액(1억7500만원)”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성수 공보판사는 “건물주 이씨는 부실공사를 한 시공업체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그 경우 구상금은 이씨와 시공업체 사이의 과실 비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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