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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왜 발사됐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4일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오발 (誤發) 사고를 접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미사일의 엄청난 폭발력에 따른 최악의 참사 시나리오가 머리 속으로 스쳐갔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지대공미사일은 북한전투기 공습상황을 전제할 때나 발사되는 무기라, 오발사고는 남북 긴장상태를 만들 수도 있는 사고" 라고 지적했다.

인천 방공포대의 미사일은 서해안으로 침투하는 북한 전투기를 요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더구나 이번 오발사고는 사고 40여분 전 북한의 전투기들이 전술통제선을 넘은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남북관계에 큰 파장을 미칠 수도 있다.

전술통제선은 휴전선 북쪽으로 ㎞ 상공에 설정된 가상의 경계선으로 군당국은 북한 전투기가 이 선을 넘을 경우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물론 방공포사령부는 이같은 사실을 전달받지 않은 별개의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만약 두 상황이 연계돼 있다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도 있다.

특히 북한 비행기 출현에 따른 대응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번 일이 발생했다면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물론 국방부는 실제 발사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미사일이 날아간 단순 오 (誤) 작동 사고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평소 훈련과 달리 점화케이블을 발사대에 연결시켰고 평상훈련시 띄우는 모의표적항공기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보다 실전적 상황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단순한 기기이상이라 해도 이는 국내외에 전례가 없는 경우고 이 또한 심각하다.

특히 전국에 배치된 나이키미사일 방공포대에서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82년 전라남도 방공포대에서 나이키미사일이 오발사된 경우가 있지만 이때는 당시 발사대의 장교가 실전으로 착각, 발사 스위치를 누른 경우였다.

나이키미사일은 지난 65년 우리 군에 배치돼 지금까지 계속 사용 중인 노후기종. 군 관계자들은 "제작사에서 명시한 수명연한이 6년 정도 지나 군수사령부와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일부 부품을 교환해 사용한다" 며 "이렇게 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고 밝혔다.

나이키미사일과 같은 시기에 인수받은 호크미사일도 노후기종이기는 마찬가지라 위험성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같이 노후기종을 사용하는데도 정기점검에서는 이날 발사원인으로 공군이 발표한 문제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공군에 따르면 방공포대는 매년 1회씩 하는 정기점검은 물론이고 분기나 매달, 매주에 한번씩 미사일 장비점검을 실시한다고 한다.

특히 매주 한번씩 통합점검을 실시해 미사일 발사훈련과 함께 장비작동여부와 부품의 노후여부, 회로이상들을 종합점검한다.

군 관계자는 "외부에 노출된 장비나 벙커내의 전자장비 등이 습기 등으로 부식되는 경우가 있다" 고 지적했지만 지난주 점검에서까지 회로이상의 문제점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더욱이 나이키미사일의 오발사로 나이키를 기반으로 만든 국산 현무 지대지미사일의 운영까지 총점검해야 하게 됐다.

만약 전자회로 자체의 취약점이 발견될 경우 현무미사일에서도 동일한 오발 위험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오발사고는 서해안 간첩선 침투사건에 뒤이어 발생했다.

최근 한달간 발생한 군내 총기사고나 안전사고도 모두 6건으로 8명이 사망했다.

때문에 오발원인이 무엇이건 군내 기강해이가 위험수준에 와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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