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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경찰, 긴급상황 총기 사용 시민들이 이해해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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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일 두 형사가 순직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언론에서는 모처럼 경찰 편을 들었고 그때 총기를 휴대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일선 형사들이 총기 휴대를 꺼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단 경찰관이 총기를 발사하게 되면 사람이 다치든지 안 다치든지를 떠나 경찰 내부 규칙에 따라 감찰 조사를 받는다. 총기 사용이 불가피했는지, 과잉대응은 아니었는지, 위법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엄격히 조사한다. 이는 내부 규율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고육지책이지만 동료 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 같은 입장에서 감찰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한번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다시는 총기를 휴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한 여론은 일단 실탄을 발사하면 내용을 떠나 무조건 과잉대응이라고 경찰을 비난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형사들은 총기 휴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솔직히 언론은 너무나 일관성이 없다. 경찰관이 법 절차에 따라 엄격히 총기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피의자가 사상하면 과잉대응이라고 시끌시끌하다. 이번 경찰관 피살사건의 경우엔 언론에서 경찰이 왜 총기를 휴대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한다.

언론에서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우리 언론은 불쌍하게 된 쪽을 편드는 경향이 있다.

언론은 동정심을 자극해 선정적 보도를 하는 데만 관심있지, 법을 정당하게 집행해 법치사회를 정착시키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언론에서는 법을 정당하게 지킨 쪽을 편들어 주기 바랄 뿐이다. 그래야 나라가 올바르게 될 게 아닌가.

선량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사용한 경찰이 왜 언론의 질타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요즘 시민들은 밤중에 마음대로 다니지도, 마음놓고 자지도 못한다. 국민을 지키는 경찰관마저 피살되는 판에 어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

나는 40년간 형사 생활을 했다. 나의 경험상 상습폭력배.전과자들은 90% 이상이 칼이나 드라이버 등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 이 흉기들은 범행 장소 침입용, 피해자 위협용, 경찰관으로부터의 체포 면탈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총기 소지는 당연한 것이고 불가피한 경우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형사들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대책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수사 및 장비 지원체계를 현실화.합리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 경찰 내부에서는 강력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형사는 강력계를 떠날 궁리만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턱없이 부족하고 비현실적인 수사비, 장비 부족, 개인시간을 전혀 낼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업무 등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웰빙을 추구하고 있지만 형사생활은 웰빙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젊은 경찰관들이 형사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형사 경과제 정착으로 형사가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사 전문 인력이 늘어나고 수사비가 현실화되고 형사만 분리해 인사와 승진 등을 시행한다면 형사들의 사기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유능한 경찰들이 형사가 된다는 걸 안다면 잠재적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억제 효과도 상당하리라고 본다.

셋째, 시민들이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올바르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특히 언론에서는 피의자 인권 측면에서만 보도할 게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의 인권도 고려해 보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선정적 보도를 자제하고 법을 준수하는 쪽을 보도해야 할 것이다. 또 법을 위반할 때는 총기를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는 국민의 인식이 정립돼야 할 것이다.

넷째, 국가는 경찰관 상해보험을 지원해야 한다. 범인 검거 과정에서 사상한 경찰관 수는 1988년 98명, 99년 113명, 2000년 132명, 2001년 173명, 2002년 168명, 2003년 167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상시 위험한 직무에 종사하는 경찰관들을 위해 경찰관 상해보험을 국가 예산에 편성시켜 사상하는 만일의 경우에 최소한의 치료비나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최중락 에스원 고문(전 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