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올림픽 중계 비용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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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도 아테네 올림픽부터는 경기장면을 위성을 이용해 공식적으로 중계방송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올림픽 경기 등을 비용과 기술문제 때문에 주최 측의 승인 없이 중계했지만 남한 측 지원으로 당당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한국방송위원회와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금강산에서 실무협의를 하고 아테네 올림픽 중계 지원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3억~4억원으로 추정되는 비용은 한국방송위가 1억5000여만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남측은 북한 선수단의 주요 경기와 남북 공동입장, 개.폐막식 장면 등을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서울로 받아 북측이 이용하는 태국 타이콤위성을 통해 평양으로 재송출한다. 북측은 이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주민들에게 실시간 위성중계하거나 녹화 방영한다. 남측 방송사 취재진은 필요한 화면을 현지에서 최대한 취재하거나 구입해 북측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아테네 현장의 한국기업 광고판이나 응원단 모습이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 당국은 '해적방송'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고, 주민들도 안방에서 경기 장면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에 선수 36명과 임원 33명을 파견하겠다고 알렸으나 취재진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중계 지원은 조선중앙방송위 측이 남북 방송교류사업을 펼쳐온 한국방송위에 요청해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달 올림픽 중계권을 다루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과 접촉해 무상으로 중계권을 따냈다. 북측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 ABU 측이 '공짜 중계'를 허용한 것. 그렇지만 중계 기술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남측에 협조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북한은 2002년 월드컵 때도 다른 나라로 가는 위성전파를 몰래 잡아 주민들에게 중계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대구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 때는 남측이 위성중계를 처음 지원하기도 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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