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인정]법제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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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뇌사 (腦死) 를 인정하는 국내 첫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그동안 장기이식술의 발전.보급을 가로막아온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

이로써 의료계는 뇌사자의 생전 기증의사.가족 동의 등을 받아 법적 하자 없이 이식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뇌사 판정에 대한 시비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뇌사자 대부분이 생전에 명확한 장기 기증의사를 밝히지 않는 현실에서 뇌사자의 의사에 반해 가족의 동의만으로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지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지난 88년 뇌사자의 간을 이용, 첫 간 이식을 실시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3백13건의 뇌사자 장기이식이 있었고 그중 일부는 언론에 미담으로 소개되기도 했으나 법적으로는 불법이었다.

이번에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뇌간 (腦幹) 이 살아 있어 자가호흡을 하고 회생이 가능한 식물인간과 달리 뇌사자는 자발적 호흡 없이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는데다 대개 2주 안에 사망하고 회생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확정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은 보건복지부가 96년 종교계.법조계.시민단체 등 각계 의견을 모아 법률안을 마련했고 지난해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법제처 심사과정에서 상당기간 제동이 걸렸다.

장기 기증이 가능한 생존 미성년자의 하한연령과 생전에 의사표시가 없는 뇌사자의 장기를 가족 동의만으로 적출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놓고 난항을 거듭한 것. 이는 결국 장기 기증 불가 연령을 당초 18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낮추고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에 동의.반대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 가족 동의만으로 기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선에서 절충을 봤다.

보건복지부는 뇌사 인정에 따른 장기이식술의 활성화에 대비, 장기이식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자문하는 생명윤리위원회를 부내에 설치키로 했다.

또 장기이식관리기관 (국립의료원 장기이식정보센터가 유력) 을 운영, 그동안 개별병원에서 관리해온 이식 대기자 순위매김 등을 맡길 방침이다.

그동안 장기이식을 주도해온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헌안봉사회.새생명나눔실천회.한국신장협회.한국골수은행협회 등은 장기이식 등록기관으로 지정돼 주로 장기기증자.대기자의 등록을 받을 전망이다.

또 이 법이 발효되면 장기매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그동안 장기매매는 기증자와 대기자의 당사자간 거래는 처벌이 불가능했고 중개자를 통한 거래도 사문서 위조.사기.횡령 등으로만 처벌돼 왔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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