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이문구의 스승 김동리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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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스승과 제자 관계가 살벌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소설가 이문구씨의 김동리스승 모시기는 남다르다.

이씨는 3년전 작고한 스승 김동리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김동리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첫 사업으로 김동리문학상을 제정, 24일 오후6시 출판문화회관에서 서정인씨에게 상금 1천5백만원과 함께 첫 상을 수상했다.

김동리가 누군가.

좌파.저항.참여문학에 최전선에서 맞서 아무런 정치의식 없는, 해서 독재를 용인한 결과를 빚었다는 비판도 받는 우파.순수문학의 거목이다.

이에 반해 이씨는 저항.참여문학에 앞장섰다.

문학적 경향은 상극을 달렸어도 사제지간의 끈끈한 정만은 변할 수 없었다.

서라벌 예대 교수로서 이씨의 문재를 일찍부터 알아차려 문단에 데뷔시켰고 자신의 운영하던 문예지 '월간문학' '한국문학' 의 편집도 맡겼다.

그리고 이씨를 통해 반체제 작가들에게 알게 모르게 도움도 주었다.

이제 이씨는 그런 스승을 전문단적으로 기리기 위해 참여문학진영의 동료들에게 편향된 노선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씨의 이러한 노력이 '애비를 죽이고 자신이 곧 애비가 되려는 살부 (殺父) 적 풍토' 를 얼마나 순리적으로 바꿀수 있을지 문제다.

스승 덕에 출세했으면서도 스승을 헐뜯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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