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로 장애극복 돕는 손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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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보사회는 과연 복지사회인가. 유엔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12월3일)을 앞두고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컴퓨터 역시 일반인 위주로 개발돼 있어 정보사회에서도 장애인은 여전히 소외계층이다. 그러나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민간단체와 개인 등이 장애인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구하도록 해주는 '복지정보통신'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정보 패럴림피아드 = 패럴림피아드(Paralympiad)란 장애인 올림피아드(Paral+Olympiad) 를 의미하는 단어. 다음달 3일 한국에서도 제1회 정보 패럴림피아드 행사가 열린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일반 정보사냥대회와는 다르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읽기 프로그램이나 수화를 일반문자로 통역해 모니터에 출력해주는 수화통역시스템,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확대전화기 등이 등장한다.

또 시각 장애인들이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멀티 프레임(다중 화면) 형식의 홈페이지는 문제에서 제외된다.

주최 측은 "대부분의 홈페이지가 멀티 프레임 형식을 사용해서 문제를 출제해 어려움이 많았다" 며 "장애인들도 홈페이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면 좋겠다" 고 지적했다. 문의는 '곰두리 인포넷'(www.ksrd.or.kr)이나 02 - 761 - 3414.

◇ 특수교육용 사이트 = 곰두리 인포넷 말고도 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는 개인들이 인터넷에 둥지를 틀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주대 특수교육학 강사인 강소향씨가 개설한 '인터넷특수교육정보실' (210.106.255.105/myhome)이 대표적인 사이트. 이곳은 특수교육 관련 국내외 홈페이지들을 총망라한 후 각 홈페이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또 미국의 장애인 교육법 및 관련 논문을 번역 제공하고 특수교육에 대해 직접 쓴 강의내용도 볼 수 있다. 특히 장애 영유아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와 부모를 위해 필요한 장난감.그림책.놀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우편이나 게시판을 이용해 무료 상담도 해준다.

◇ 장애인용 정보통신기기 = 미국.유럽 등에서는 TV.전화기.PC 등을 장애인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수백종의 장비가 개발돼 있다. 음성 인식은 기본이고 머리나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마우스 커서가 움직여 전신마비 장애인도 컴퓨터를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용 소프트웨어 (SW) 도 미국의 경우 이미 3백여개 업체가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용 정보통신기기 개발이 활발한 것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소외계층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설계' 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추세이기 때문.

문제는 장애인을 위한 장비 대부분이 수천달러에 이르러 대부분의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CRNR (Center for Really Neat Research)이 1백달러짜리 장애인용 정보통신장비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장비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장애인의 장애 특성에 맞는 입력수단을 모든 종류의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셋업박스. 예를 들어 얼굴 볼 근육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이라면 볼의 음영(陰影)을 구별하는 센서를 이 장비에 연결하면 컴퓨터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된다.

이 연구소는 이러한 장비를 활용하는 장애인들이 인터넷 홈페이지(www.pulsar.org)를 통해 교육받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이 장비를 개발한 연구진 중에는 한국인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명진(28.여)씨는 "한국에는 장애인과 관련된 정보통신 연구가 전무한 상황" 이라고 지적하고 "연구를 마치면 국내에서 모든 장애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기를 개발 보급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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