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뉴욕독주회 박수갈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뉴욕 링컨센터 내 에버리 피셔홀. 뉴욕필하모닉이 상주하고 있는 이곳은 독주회 때는 마치 병풍처럼 생긴 보조 음향반사판을 무대에 설치한다.

지난 22일 오후3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5년만에 뉴욕 독주회를 가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공연은 링컨센터가 개최하고 있는 '위대한 거장' 시리즈의 일환이다.

단정한 연미복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피아니스트 이타마르 골란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정씨는 오랜만의 뉴욕 무대여서 흥분한 탓인지 슈만의 '소나타 a단조' 와 슈베르트의 '소나타 d단조' 의 피날레 악장에서 다소 어이없는 음정 불안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작품의 내적 구조를 꿰뚫는 깊이있는 해석, 명쾌한 선율로 확고부동한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보였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정씨의 빠른 회복세와 숨은 저력를 실감케 하는 무대였다.

특히 바르톡의 소나타 제2번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변덕스런 불규칙 리듬을 박진감있게 살려냈다.

중년의 가슴에 감추어둔,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열정의 선율이 불꽃 튀기는 대목이었다.

물론 여기서도 '2중주' 에서 큰 몫을 해낸 피아니스트 이타마르 골란의 활약이 돋보였다.

최근 뉴욕으로 이사온 정씨는 연간 1백20회에 가까운 연주 스케줄을 절반 가량으로 줄이고 아들 프레드릭.유진의 뒷바라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최근 레퍼토리의 확대는 물론 음악적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뉴욕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