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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국방연구는 군만 해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기술적으로 똑같은 발사체라도 인공위성을 올리면 로켓이고, 탄두를 실으면 미사일이다. 또 원전이나 원자폭탄이나 핵분열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

기술 자체를 놓고 '민간용' 이니 '군사용' 하는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시대다. 이런 점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우리 국방부문 연구개발에 대해 정책방향을 달리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산하 국방연구소 (ADD)에 투입하는 연구개발비는 어림잡아 적어도 연간 3천5백억원. 국방연구는 '무조건 비밀' 인 까닭에 정확한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액수는 과학기술부가 산하 20여 출연연구소에 지원하는 총 예산의 40%선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하지만 누구도 국방연구 예산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국방은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산을 집행하는 정책 방식. 한 예로 ADD의 총예산 중 대학이나 다른 정부출연연구소에 연구비로 지원되는 돈은 연간 20억원 정도라고 한다. 국방연구 부문의 아웃소싱이 이처럼 미진하다 보니 민간과 연구연계가 효율적일 수 없다.

예컨대 현대전의 핵심인 전자부문의 과학두뇌 수천 명이 학계나 출연연구소에 있지만 이들의 머리는 국방연구에 관한 한 거의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첨단무기개발에서 독보적인 미(美) 국방부가 항공우주국(NASA)이나 자국 내 다른 부처 산하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미 국방부는 심지어 포항공대 등 한국의 학자들에게까지도 큰 돈을 지원하고 있다.

민(民).군(軍)이 공유할 수 있는 기술 개발로 국방부가 내놓은 것도 이렇다 할 게 없다. ADD가 최근 5년 동안 공개한 기술은 겨우 28건. 그 중 민간이 활용하기로 한 기술은 그나마 6건에 불과하다.

세계 과학기술계의 흐름은 자국 내 과학두뇌를 한껏 활용하는 개방형 국방연구 정책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연구소이면서도 다양한 민군겸용기술을 양산하는 로스앨러모스 등 선진국의 국방연구 모델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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