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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자우림'1년만에 2집 '연인'발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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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지난해 신출그룹 자우림이 터뜨린 노래들 '헤이 헤이 헤이' '일탈' '밀랍천사' 는 쾌거였다.

상큼하고 직선적인 사운드, 젊은이다운 문제의식이 번득였던 가사는 천편일률 댄스뮤직에 질려있던 가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성공에는 음악외적 요소 - 노래만큼 비디오적 매력과 말솜씨가 돋보이는 여성보컬 김윤아 - 도 작용했지만 주무기는 역시 '밴드' 로서의 음악적 팀웍이다.

기타 (이선규).베이스 (김진만).드럼 (구태훈) 이 고루 균형을 이룬 편성은 애드포.산울림.들국화로 이어져온 한국 록 밴드의 맥을 젊은 감각으로 잇고 있다.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들의 2집이 막 나왔다.

'연인' 이란 타이틀의 이 음반은 비틀스와 산울림의 후예들인 네 젊은이가 팀웍과 스튜디오 실험정신을 결합시켜 쌓아올린 '패스츄리 파이' 같다.

넷이 직접 작곡/프로듀스한 14개 수록곡은 샘플링.미디.드럼루프 등 풍부한 기계음덕에 두텁고 치밀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1백76프로 (녹음실을 쓰는 시간단위. 한 프로는 세 시간이므로 5백28시간)에 달하는 녹음 기간, 한 노래에 최고 56트랙 (보통은 40트랙) 까지 깔린 촘촘한 편곡은 서구 모던록 음반과 대등한 밀도다.

수록곡은 대부분 미끌대는 느낌의 모던록으로 1집보다 한결 강렬해진 사운드가 팝을 즐겨듣는 젊은이에게 어필한다.

테크노와의 악수 ( '알아' 등) 도 두드러진다.

다만 타이틀곡 '미안해 널 미워해' 는 멜로디와 명료한 구성이 특징인 대중적 발라드다.

김윤아의 보컬은 부드럽다가도 톡 쏘는 맛이 로커답다.

허나 이번 음반은 나머지 멤버들의 지분도 많아졌다.

음반의 구성도 아기자기하다.

똑같은 제목의 노래 ( '연인' )가 세곡이나 수록돼있다.

'퀸' '러버' '엔젤' 이란 부제의 이 노래들은 같은 대상이 가진 다른 측면들을 반추해보는 취지. 이처럼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지만 그들의 관심사인 사회의식을 담은 노래도 많다.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김가만세' , 끔찍한 사고들을 보여주는 TV에 대한 단상 '하늘로 가는 상자' , 노숙자들을 걱정하는 '이런데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등이 그것. 몇몇 곡은 '솔직한' 발언때문에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과 부딪칠 여지도 있다.

"신경쓰지 않아요. (가사를) 쓰고 싶은대로 쓰지않으면 음악이 나오지 않아요. " 김윤아의 말처럼 그들은 '하고싶은 대로 하는' 밴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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