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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북핵등엔 무력도 불사”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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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동아시아.태평양전략보고서 (EASR) 를 발표하면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95년에 이어 두번째로 발표된 EASR에서 미 국방부는 대확산 (對擴散.counter - proliferation) 개념을 새로 첨가했다.

핵.생화학무기.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대량 살상무기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외교적.정치적인 해결책 외에 군사력을 포함한 강압적인 방법도 적극 동원하겠다는 의미다.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의혹 시설과 미사일개발 동향을 거론하면서 "완공까지 무한정 기다리기 어렵다" "적절하게 대응하겠다" 고 천명한 것도 이런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같은 대북 강경 기조에는 95년 이후 미국과 중국,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대량 살상무기 확산 억제' 라는 미국의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데에 있다는 게 국방부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선 북한을 다룰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중국이 더욱 미국과 가까워졌다는 것. 미국과 중국은 97, 98년 두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각각 '군사해양협조 협정' 과 '정기 고위급 전략회의' 라는 두가지 군사적 대화채널을 구축한 바 있다.

지난 95년부터 한국 정부와 북한 생화학무기.핵문제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조율하는 '비확산특별회의 (NTF.Non proliferation Task Force)' 를 운영하며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해온 미국은 올들어만도 수차례에 걸친 고폭실험 및 추가적 미사일 발사 시도 등을 확인하자 차제에 북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아두려는 태세다.

미국은 국무부의 국제안보 및 군축담당 차관, 우리는 정책보좌관 (차관보급) 이 대표로 참여하는 NTF는 지금까지 다섯차례나 열렸으며 이달 12일에도 존 홀럼 차관이 중국을 거쳐 방한, 북한 미사일 문제를 논의했다.

때문에 미국의 이같은 정책의 '공조자' 로서 상황을 잘 아는 우리 정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북한 핵의혹 시설에 대해 우리가 신중 대응에 무게를 둔 반면 미국측은 의혹쪽을 강조하는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난 직후 이뤄진 시점 탓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은 이라크가 화생방 무기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자 대규모 공습을 준비했었다" 며 "이번 EASR는 북한도 이같은 미국의 전세계 운영 전략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내비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엊그제 방한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와 함께 대북공조를 확인했기 때문에 미국의 '공세적' 결단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간단히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는 사실을 무거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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