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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어린이 '왕따'될 수도 있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머리에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오줌싸개 어린이. 많은 사람들에게 야뇨증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성장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한 달에 두 번 넘게 밤에 오줌을 지리면 병이다.

야뇨증은 방광에서 소변을 농축시키는 항이뇨호르몬이 밤에 제대로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물론 야뇨증을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5세 어린이의 15~20%가 야뇨증이지만 매년 15%씩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15세가 되어서도 낫지 않는 야뇨증. 1~2% 정도가 이런 경우. 야뇨증은 청소년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기 때문에 무한정 저절로 낫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유럽비뇨기학회지는 최근 야뇨증 어린이에게 자긍심이 낮다는 스웨덴 연구진의 결과를 발표했다.

왕따 등 집단 따돌림 현상이 크게 번지고 있는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교육적 차원에서도 야뇨증 어린이를 방치할 수 없게 됐다.

서울대병원 소아비뇨기과 김광명 (金光明) 교수는 최근 개최된 비뇨기과학회에서 "야뇨증엔 약물요법이 효과적" 이라고 발표했다.

金교수팀이 일주일에 4회 이상 밤에 소변을 지리는 야뇨증 어린이 38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약물요법을 실시한 결과 97%가 치료됐다는 것. 체내에서 항이뇨호르몬과 똑같은 작용을 지닌 데스모프레신제제가 치료제로 쓰인다.

金교수는 "야뇨증을 약물로 치료하는 것에 일반인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나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가 확실해 현재 가장 권할 만한 치료법" 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은 한 달에 5~6만원. 하지만 약을 끊으면 재발하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약물요법이 증상을 없애줄 뿐 아니라 저절로 좋아질 확률을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약물요법을 받게 되면 매년 30%씩 저절로 좋아진다는 것. 金교수는 "유치원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 중 야뇨증으로 정서적 장애가 우려될 경우 약물요법을 통해 적극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충고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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