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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에도 전문 변호사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내 고장에도 전문변호사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변호사들은 대부분 형사와 민사 (주로 손해배상) 등 평이한 사건을 닥치는 대로 수주해 변론하는 수준이었다.

사건 해결도 정확한 법률해석과 변론보다는 주로 현직 법조인과의 '안면' 에 의존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국제화.지방화 시대의 도래로 이 만으로는 충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되자 한 분야만을 집중 연구하고 사건을 선별해 수주하는 향토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로펌 (법률회사) 도 증가 추세다.

노동사건은 변호사업계에서 맡기 꺼리는 사건으로 통한다.

사안이 민감해 아무리 잘해도 노.사 한쪽에서 지탄받게 돼 있는데다 일한 만큼 돈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산.울산.경남지역에는 이 분야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노동 전문변호사들이 많다.

지난 10여년간 이 지역에서 대형 노사분규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는 부산종합법률 공동대표 문재인 (文在寅.45) 변호사가 거의 독보적이다.

82년 개업한 이후 줄곧 노동사건을 맡고 있다.

그동안 맡은 노동사건만도 줄잡아 1천여 건. 87년이후 영남지역 3백여 노조가 설립 때 文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았다.

85년부터 노동법률상담소를 운영하며 노동문제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유신시절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했고 이때부터 노동문제에 심정적으로 가까워졌다.

노동사건 수임료는 일반 사건의 절반 정도만 받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메카인 울산에서는 윤인섭 (尹仁燮.42) 변호사가 노동사건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태광산업.동양나일론 등 6개 노조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기 전 4년여 동안 선반공으로 일한 경험이 노동사건과 인연을 맺는데 영향을 미쳤다.

사법연수원 시절 노동법학회에 들어가 노동을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92년 개업후 이 분야에 매달리고 있다.

창원에서는 정주석 (鄭周石.34) 변호사가 꼽힌다.

95년 개업이후 부당해고 문제 등을 주로 다룬다.

맡아 변론 중인 노동사건은 마산 시내버스기사 해고무효확인소송 등 20여 건. 특히 시내버스기사 해고소송을 변론하면서 회사측이 비수익노선을 운행하지 않으면서도 운행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시의 예산을 축낸 사실도 밝혀내기도 했다.

거제.통영에서는 강명득 (姜命得.48) 변호사가 단골로 노동사건을 다룬다.

86년 통영에서 개업한 뒤 88~90년 당시 대우조선 노사분규현장을 직접 뛰어 다니면서 노동사건과 인연을 맺었다.

80년대 후반까지 3자개입.불법쟁의 소송 등을 주로 맡았지만 90년대 들어 근로자 인권.노동환경 개선 등과 관련한 소송을 맡아 하고 있다.

이들 4명은 공교롭게도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개업한 변호사들이다.

姜변호사를 제외한 3명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이다.

이들은 노동사건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새로운 노동판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공동대처하고 있다.

손용태.김상진.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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