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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장신구전]장신구의 개념.형태 새지평 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문턱을 들어서자마자 실내에 빨래비누 냄새가 가득하다.

어어부 밴드의 백현진씨가 스타킹과 세탁비누 십여 장을 이용해 설치한 '위장취업' 이라는 '장신구' 가 이 냄새의 진원지. 내건 표어는 "치장을 위장 (僞裝) 처럼!" 도둑이 얼굴을 감출 때 흔히 쓰는 스타킹이 그에겐 하나의 치장거리가 된다는 얘기다.

17일부터 갤러리 시우터에서 열리고 있는 '유쾌한 장신구' 전에는 이처럼 그 의미가 다양한 형태로 해석되고 확대되는 장신구가 있다.

가령 김원 (월간 '페이퍼' 이사) 의 '나는 너의 장신구가 아니야' 는 남자의 들러리가 되기를 거부하는 여자의 모습이다.

여기서 장신구는 구체적 물품이 아니라 상징적인 단어로 머문다.

덕원갤러리 임연숙 큐레이터의 '궁중 생활' 은 누더기옷에 촘촘히 '장식된' 철침을 통해 궁궐 생활이 꽃가마길이 아니라 사실은 여인네들에게 바늘방석같은 인고의 나날임을 내비친다.

금속 디자이너 금누리가 색색의 젓가락으로 만든 목걸이.귀고리 등은 사실 젓가락의 턱없이 긴 길이때문에 장신구로선 부적합하다는 모순을 지닌다.

거울에 목걸이를 부착해 160센티미터 정도의 키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국민대 금속공예과 왕기원 교수의 '모두를 위한 보석' .아름답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소수만 향유할 수 있는 장신구를 누구나 걸칠 수 있는 공공재로 만든다.

다시 말해 장신구 개념과 형태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작가와 관람객 모두가 즐거움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기획자의 의도이며 이 장신구들이 유쾌한 이유다.

순수미술뿐 아니라 조영남, 전유성, 마광수, 무용가 홍신자, 이혜경 등 인접장르 대중문화인들을 참여시켜 미술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려 노력했다.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씨까지 휴대용 의자에 변기 기능을 추가한 '쾌거' 라는 작품으로 참여했다.

'누들누드' 의 양영순, '도날드닭' 의 이우일 등 2명의 만화가들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30일까지. 02 - 3442 - 5161.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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