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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철강등 대미통상 김대통령이 나서 설득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 정계에 일기 시작한 '보호주의' 움직임은 최근 미국의 무역적자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 9월까지의 미국의 무역적자는 1천6백여억달러. 수입이 현 추세대로 늘어난다면 99년의 무역적자는 3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상황에 처하자 그동안 아시아 지원에 찬성하던 미국 기업들이 입장을 바꿔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도 무역적자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시아 교역에서 미국이 기록한 적자 대부분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 (對) 아시아 무역적자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한 이상 한국 혼자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보호주의를 주장해왔던 미국 노동계가 정치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는 것도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GM과 UPS의 파업에서 봤듯이 정치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누르고 다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의 지지가 적지 않은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4개월여 동안 이같은 분위기는 한.미 무역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경제계 인사들은 이같은 흐름을 자신들의 이해를 확보하는데 이용했다.

미국 철강.반도체 업계의 움직임이 좋은 예다.

미국 철강업체들은 수입제품과 경쟁을 피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로비를 벌여왔으며 최근 들어 로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철강부문은 클린턴 행정부가 핵심적으로 다루는 통상 분야가 됐다.

반도체 생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로비에 적극적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지원금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업체를 포함한 기업의 재정 지원자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직면해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미 (對美) 통상문제를 다뤄나가야 한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한.미 통상문제를 적절히 풀어나가는데 이상적인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으로선 무엇보다 몇몇 핵심 사안을 부각시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IMF와 긴밀한 협의하에 시장 중심의 개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클린턴 행정부측에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자산가치 평가 방식을 바꾸었다는 것도 강조해야 한다.

그동안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자산가치평가 방법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클린턴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꺼냄으로써 전세계 외국 투자가들에 한국의 투자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셋째는 그간의 시장개방 실적을 조목조목 밝히고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대한 (對韓)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일이다.

넷째는 한국의 개혁 작업이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측면 모두 일본.중국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통상문제에 관한 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미국으로 하여금 인식시킬 수 있다.

메시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누가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이같은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해 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金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안을 포함, 개별 산업이나 기업과 관련한 문제를 거리낌없이 논의해야 한다.

일국의 정상이 거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대통령들은 주저없이 이런 문제를 언급해왔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고 노조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무역 상대국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도 수월한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한국의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 미국에 부담을 주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최선을 다해 알려야 한다.

김석한 美법률회사 애킨 검프 매니징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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