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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바둑 꿈나무들 “내년에 또 올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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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웅진씽크빅 2009 강릉 세계청소년바둑축제 참가자들이 팀 대항전과 속기전을 벌이고 있다. 강릉 세계청소년바둑축제는 13일 5박6일 일정을 모두 마쳤다.


“바둑은 생각에 대한 도전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프란체스코 마리고(18)는 바둑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이탈리아 챔피언으로 자국에서는 120여 번 대회에 나가 거의 다 우승했다는 마리고는 “이번 축제에 와 이창호 9단 같은 유명 프로기사를 직접 만난 것이 가장 기쁘다. 단지 우승자만 가리는 대회가 아니라 많은 나라의 청소년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았다”며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의 야마시타 히로시(16)는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대회 규모에 놀랐다. 내 또래의 한국 소년들 실력이 너무 강한 것에 또 한번 놀랐다”며 혀를 내두른다.

세계 14개국 청소년 900여 명과 프로기사 130여 명 등 모두 1000여 명이 한데 모여 ‘생각의 힘이 미래를 연다’란 슬로건 아래 한바탕 ‘바둑 살풀이’를 벌였던 웅진씽크빅 2009강릉세계청소년바둑축제가 13일 5박6일의 일정을 모두 끝냈다. 대회장인 강릉 영동대학은 학부모들과 진행요원, 자원봉사자들, 신종 플루 검역 요원들까지 밀려들어 그야말로 거대한 장터가 됐다. 개막식 때는 이세돌 9단도 참석해 휴직 사태 이후 몇 달 만에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심판장은 이창호 9단,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등이 나누어 맡았고 박영훈 9단, 최철한 9단, 강동윤 9단, 박지은 9단 등 홍보대사들은 물론 김은선 3단 등 여자 기사와 김수장 9단 등 노장 기사들도 서울에서 대거 내려와 다면기, 릴레이바둑은 물론 유소년들의 도우미 역할을 해줬다.

수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이세돌 9단中이 이창호 9단(右)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외국인과 한국 소년들, 프로기사가 한 팀이 되는 팀 대항전, 프로와의 9줄 바둑, 속기바둑에 경포대 해변 다면기 등 끝없는 바둑 행사에 지칠 때쯤이면 바둑골든벨, 바둑 영어, 바둑 빙고게임, 강릉 관광으로 머리를 식혔다. 브리지와 체스, 컬러바둑알 등도 자기 소개에 열을 올렸다. 현지에서 열린 KB한국바둑리그 티브로드와 바투의 대결은 모처럼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고의 흥행을 보였다.

이번 축제에 자신의 바둑 도장을 통째 이동시켰던 권갑룡 7단은 “중국 여러 지역과 일본의 바둑 지도자들이 이번 축제를 보고 배우러 왔는데 크게 감동하고 돌아갔다”고 전한다. 바둑은 지구상에서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최고의 지적 게임이지만 전자게임에 밀려 서서히 유소년들의 물줄기가 말라가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바둑 지도자들도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바둑이 10년 후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점에 공감하고 있기에 이번 축제를 보는 눈이 남달랐던 것이다.

이번 강릉 바둑축제는 중앙일보사와 KBS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강릉시, 영동대학, 바둑TV 등이 후원했으며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이 힘을 합쳐 진행했다.

 강릉=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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