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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은퇴하면 자녀에게 물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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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 대한생명은 최근 몇 년간 현장 영업 인력은 확충했지만 본사 직원은 거의 늘리지 않았다. 하지만 상품개발팀 인력만큼은 꾸준히 뽑고 있다. 4년 전 35명이던 상품개발팀 인력은 5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현재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인력은 20명이지만, 후보군인 2년차 이하의 직원은 15명에 이른다.

#2. 미국 보험업계에서 13년간 일했던 삼성화재 김응민 시장개발팀장은 미국과 크게 다른 한국 손해보험시장을 보고 놀랐다.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위험의 96%가 보험을 통해 보장된다. 한국은 5%에 불과하다. 그는 “상품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직도 많다”며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손해 배상과 관련된 보험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신상품 개발에 나섰다.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바탕에는 위기 의식이 있다. 금융위기는 그럭저럭 넘기고 있지만 보험 시장의 성장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집 보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땅한 대형 신상품을 찾지 못한 생명보험사들은 기존 상품의 기능을 개선하고 맞춤형 상품을 확대하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외화내빈=손보사의 최근 실적은 화려하다. 2분기 손보사의 보험료 수입은 전년 동기비 11.9% 늘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최근 손보사의 실적은 ‘절판 마케팅’의 힘이다. 계약을 갱신해도 의료비를 100% 보장하는 실손형 상품이 지난달까지만 판매되면서 신계약이 한 번에 몰렸다. 하지만 10월부터 생명보험사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여기에다 자동차 보험에선 온라인 보험사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생보사들의 사정은 더 급하다. 종신보험, 치명적 질병(CI)보험, 변액보험을 이을 대형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형사가 신상품을 개발해 치고 나가면, 중소형사가 따라오며 시장을 키우는 도식도 깨졌다.

◆신상품 개발=보험 상품의 재료는 ‘보장되지 않은 위험’이다. 삼성화재가 지난달 출시한 ‘애니 홈 종합보험’이 대표적인 새로운 위험 보장 상품이다. 합선이나 가스불 같은 가벼운 부주의나 과실로 인해 일어난 불이 다른 집으로 옮겨 붙을 경우 최고 5억원까지 배상을 해준다. 5월부터 실화법이 개정돼 경과실 화재 배상을 하도록 한 점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인터넷 해킹 손해, 가전제품 고장 수리비용 보상 등도 가능하다. 이 상품은 한 달 만에 1만여 건이 팔렸다. 메리츠화재는 도배·장판 교체 비용까지 보장하는 ‘스위트 홈 종합보험’을 내놓았고, 집 보험을 둘러싼 서비스 경쟁을 시작했다. 기존 상품의 개량도 활발하다. 종신보험이 대표적이다. 단순 사망보장에서 질병 보장기능을 추가하고, 여기에 살아서도 혜택을 받는 연금 기능을 넣었다. 한 걸음 더 나가 대한생명은 10일 ‘명품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을 출시했다. 가장이 경제활동을 할 시기엔 보장성 보험(종신보험)으로 활용하다, 은퇴를 하면 자녀의 저축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특정 계층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교보생명은 최근 ‘교보 VIP연금보험’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보험료를 많이 내면 낼수록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월 500만원씩 10년간 내면 3개월치 보험료인 1500만원(최대 2.5% 할인)을 아낄 수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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